X

“퇴마 안 하면 단명”…20여명 성추행한 무속인 징역 7년

이재은 기자I 2023.04.06 14:19:15

퇴마의식 핑계로 20여명 유사강간
굿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 받아내
“난 엑소시스트, 암도 고친다” 주장
法 “피해자 절박한 취지 기망에 추행”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퇴마의식으로 병을 치료해주겠다며 여성 수십여명을 유인해 성추행하거나 유사강간한 무속인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이데일리DB)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은 6일 유사강간, 강제추행,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무속인 A(48)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과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다.

추행 방조 및 사기 방조 혐의로 A씨와 함께 기소된 B(51)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피해자 중 일부를 A씨의 신당으로 데려가 퇴마의식을 받게 한 인물이다.

앞서 A씨는 2019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자신의 신당에서 퇴마의식을 핑계로 여성 20여명을 유사강간하거나 추행하고 퇴마와 굿 비용 등 명목으로 총 2000여만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인에게 소개받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신당에 찾아온 심리 불안 상태의 피해자들이 퇴마의식을 하도록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자를 향해 ‘신체부위에 귀신이 붙었다’, ‘퇴마하지 않으면 가족이 단명한다’ ‘퇴마하지 않으면 일찍 죽는다’ 등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자신을 “귀신 쫓는 것으로는 대한민국 1% 엑소시스트”라고 표현하며 “암도 고칠 수 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등 허위 사실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자 일부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굿비를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두 명이 들어가면 남는 공간이 없는 협소한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장난감 자동차를 무속 도구로 사용하거나 트림을 하고는 ‘귀신을 먹어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자신의 행위는 정상적인 무속행위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진료비를 받고 치료하는 것처럼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 온 무속 행위 범주를 벗어난 행위로 피고인이 누구에게 어떻게 무속 행위를 배웠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취지를 기망하고 추행하기까지 했다”며 “추행 행위 중에는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합의금 목적으로 피해자들이 허위 고소했다는 취지로 인격적 비난까지 했다”고 밝혔다.

B씨에 대해선 “실제 B씨가 A씨에게 거액을 주고 굿을 하는 등 A씨를 완전히 믿었고 현재도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