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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동자는 “이미 화재 경보 오작동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사건 당일 5시 10~15분쯤 화재 경보가 울렸음에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오전 5시 26분께 퇴근 체크를 하고 1층 입구로 향하는데 가득 찬 연기와 어디선가 계속 쏟아 오르는 연기, 셔터 차단을 목격해 입구까지 달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주장대로라면 공식적으로 화재 발생 신고가 접수된 5시 36분보다 최소 10여 분 일찍 화재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그는 “아직도 많은 분이 화재 인식을 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어 소리쳐 알려드린 뒤 해당 층 입구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경보 오작동이 아니다’고 조치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보안요원은 ‘불 난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퇴근이나 하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다른 관계자에게도 화재 상황을 알리고 조치 요청을 했지만 (직원이) 크게 웃으며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된다’라고 해 분했다”며 “마치 제가 정신이상자인 것처럼 대하는 대응에 수치스러움까지 느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청원에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특히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이미 지난 2018년에도 담뱃불로 화재가 발생한 이력이 있는데, 당시 쿠팡 관리직의 대응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설 연휴 기간이던 2월 17일 오후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는 한 근로자가 버린 담배꽁초가 종이 박스에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연기가 작업장으로 유입되고 탄내가 났다.
일부 근로자들이 바깥으로 대피했지만 현장 감독관은 “근무 시간에 허락 없이 자리를 이탈하지 말고 돌아가 일을 시작하라”고 호통을 쳤다. 화재는 조기 진압돼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이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 업무를 강권한 데 문제를 제기한 한 아르바이트생은 오히려 조퇴를 종용받고 이후 출근 불가 통보도 받았다고 한다.
쿠팡 측은 안전 강화를 위해 투자를 지속해 왔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지난해 말 안전관리 전문가로 유인종 부사장을 영입했고 조직도 강화했다. 또 지난 1년 동안에만 700명의 안전전문 인력을 추가로 고용했고 안전관리를 위해 2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덕평물류센터의 경우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전문 소방업체에 의뢰해 상반기 정밀점검을 완료했고 소방 안전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개선 사항도 모두 이행한 상태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적절한 조치·대응이었는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까지 이뤄질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근로자 사망사고를 비롯한 문제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안전 관리에 구멍이 난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재발 방지책은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오전 5시 36분께 경기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초기 진화 후 대응 단계를 하향 조정하고 고(故) 김동식 소방령 등 소방대원 4명을 인명 수색·구조를 위해 건물 내 투입했다. 그러나 불길이 재차 번져 탈출을 감행했는데 김 소방령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후 47시간 만에 이뤄진 수색 재개 작업에서 유해가 발견됐다.
쿠팡은 김 소방령 유가족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에게도 급여 정상 지급·전환배치에 나서고, 화재 현장 인근 주민을 위한 피해지원센터도 개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