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중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취셩쥔 씨는 지난 100회 복권 당첨 번호를 도표로 만들었다. 화이트보드에 숫자를 가득 적어놓은 취 씨는 “분명 패턴이라는 게 있다”며 매일 복권에 운명을 걸고 있다.
이처럼 중국 복권 붐이 사행심을 조장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에서는 도박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국영 복권사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복권산업은 전년 대비 20% 성장한 400억 달러(약 43조원)를 기록했다.
지난 80년대 후반 중국에서 사회복지시설을 구축할 재정자금이 모자라 시작한 국영 복권은 지난해 미국(500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다.
청하이핑 베이징사범대학교 교수는 “삶의 질이 나아질수록 중국인들은 더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한다. 복권을 찾는 심리 역시 그런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복권산업은 단순히 개인적 즐거움을 넘어 사회적으로 ‘저주’가 될 수 있다고 FT는 경고했다.
한 탕을 꿈꾸는 서민층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중국 사회의 빈부 격차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리커창 부총리도 지난달 “중국 경제와 사회 시스템의 최대 문제는 도농간 소득격차”라고 지적했듯이 중국 연안과 내륙지역의 소득격차는 최고 2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 교수는 “일반 서민들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좌절감에 빠졌으며 그나마 복권에라도 기대를 걸어 운명이 바뀌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점은 국영 복권 수익 운용의 불투명성이다. FT는 “국영 복권을 판매하는 34개 지역 중 단 9개 지역 지방 정부만이 수입을 공개할 뿐 운용 방법이나 계획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 유명 경제학자는 광동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복권 수익이 어디로 쓰이는 지 아무도 모른다”며 “복권 운용에 따른 부패와 불투명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매체는 지난해 여름 산동성에 사는 한 남자가 모든 재산을 처분해 복권을 샀지만 당첨이 안된 사연을 소개하며 사행심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