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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없는가? 사실 최근의 사태는 어느 정도는 예상되어 온 것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엄청난 달러를 찍어댔다. 유럽도 재정적자의 누적에도 불구하고 팽창정책을 취했다. 신용경색을 타개하기 위해 돈을 풀어 우선 급한 불부터 끈 것이다. 전통적인 케인즈주의적인 재정확대 정책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부시정권 이래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등으로 늘어난 재정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더 늘어났고,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이를 핑계로 오바마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의 발목을 잡았다. 이러한 정치 불안정에 S&P는 미국의 신용을 한 단계 낮춘 것이다.
유럽은 경제체질이 상대적으로 약한 그리스를 비롯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국가들과 아일랜드 등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일은 하지 않고 연금으로 살아가는 것을 선호하게 하는 방만한 연금 및 재정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재정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이를 다시 국채를 발행해 메꾸는 식이니 재정 파탄이 안 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이들 국가들이 모두 유로존에 있어 국가별 금융정책을 쓸 여지가 없게 되어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보이지 않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이다. 결국 이들 국가들을 유로존에서 방출하든지 아니면 결국 재정정책까지 통일적으로 통제하는 재정통합까지 유럽통합을 진일보시키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될 상황이다.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이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할 만한 리더십이 없어 시간만 끌고 결국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위기 해결의 돌파구를 중국 등 아시아에서 찾으려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중국이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보도에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중국 경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푼 돈이 인플레로 나타나면서 돈줄을 쥐어야 할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거품이 언제 어떤 식으로 꺼지느냐에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30년간 두 자리 수의 고도성장 그늘 속에 커 온 온갖 부조리가 고도성장이 멈추는 시점에서 터진다면 중국은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중국이 그간 수출주도의 성장에서 내수로의 방향 전환을 꾸준히 추진해 대외의존도를 줄이기는 했지만 구미 선진경제권과 상호 영향력이 절연된 소위 분리상태(decoupling)까지 가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의 성장신화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11월초에 G20 정상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여기서 이러한 세계경제의 모든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다. 문제 해결의 관건은 결국 세계 경제문제의 해결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어떻게 빨리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이 유럽의 재정통합에서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세계 경제위기의 해법도 세계 경제의 통합적인 거버넌스 체제 구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시급한 것이 글로벌 금융자본거래에 대한 규제와 관리감독 체제의 구축이다. 그간 신자유주의적 경제사조는 금융자본을 포함한 모든 거래에 대한 자유화를 옹호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증대시켜왔다. 그러나 상품거래와 금융거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무역의 자유화 방식을 금융거래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한 것이 작금의 세계 경제위기 요인 중의 하나이다. 금융거래에는 자유화와 병행하여 규제와 관리감독 체계가 함께 구축되지 않는다면 투기자본의 전횡 등 심각한 부작용을 막을 수 없다.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구축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할 역할이 많다. 우선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중간국가적 입장에서 과감한 세계 경제 개편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엔 G20 회의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재정금융정책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감독을 주도할 “세계 경제정부”를 설립하는 안도 포함될 수 있다. 현재 유엔이 전쟁과 안보 등에 있어 세계경찰 역할을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 하는 것처럼 세계 경제 정부는 경제의 유엔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은 아시아 지역통합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가 모두 통합되어 하나로 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 그중에서도 동북아는 통합의 무풍지대이다. 최근 설립된 한중일 협력사무소를 발전시켜 장차 “아시아연합(Asian Union)”의 사무국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아시아연합 구축에는 유럽 통합으로부터의 교훈을 바탕으로 아시아만의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아시아연합이 가시화된 다음에야 세계 경제정부 구상안도 현실성을 갖게 될 것이다.
박제훈 (인천대 교수,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