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넥스트플랜을 짜라>⑨요금도 경쟁력인데···

양효석 기자I 2011.03.30 15:45:00

[창간기획 코리아 3.0 : 5부]
네트워크 등 투자확대속 정부 요금인하 압박
`인위적인 요금인하 부작용` 우려

[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자녀들의 과다한 통신비가 사회문제화 되는 점을 감안, 통신비용 인하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2002년)
 
"통신요금을 20% 인하 하도록 하겠습니다"(2007년) 
 
이는 2002년과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된 공약들이다. 통신요금인하는 선거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민생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후보들이 제시할 손쉬운 정책수단이 됐다.

"농어촌 지역에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라"
 
이 역시 2008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2009년 KT의 KTF 합병, 2010년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합병 인가 당시 모두 정부가 부여했던 조건이다.
 
투자명령도 인허가를 앞둔 통신사에겐 거역할 수 없는 정책수단이 됐다.

통신사업은 규제산업이라는 이유로, 시작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왔다.
 
요금도 내려야 하고 투자도 해야 하는 통신사들은 샌드위치 신세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던 이동통신사업의 영업이익률도 급속히 떨어졌다. SK텔레콤의 경우 2007년 영업이익률 19.2%에서 2010년 16.3%로 낮아졌다. 특히 2011년에는 LTE 투자가 예정되어 있어, 수익률을 걱정하는 눈길이 더 많다.

◇"싸게 더 싸게…" 요금인하의 끝은 어디?

SK텔레콤(017670)은 작년 3월 초단위 요금제를 도입했다. 그동안 10초당 18원을 과금하던 것에서 1초당 1.8원으로 바꿨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낙전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전격 수용했다.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도 작년 12월부터 초단위 요금제를 시행했다. 이로인해 이동통신 3사는 연간 약 3900억원에 이르는 음성수익이 줄어들었다. 약 22조원에 이르는 이동통신 3사 총 매출규모의 2% 수준이다.

음성수익을 만회하고자 이통 3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무선데이터 매출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스마트폰 정액요금제가 너무 비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통위는 작년 4월 국회 문방위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현재 KT와 LG텔레콤이 2G 요금제에 부과하고 있는 발신자표시(CID) 과금에 대해 무료화 하도록 권고했다"며 "이에 따라 연내 CID 요금 무료화가 예상된다"고도 말했다.
 
방통위는 또 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를 활성화 시켜, 기존 통신사와의 요금경쟁으로 통신요금을 낮추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현재 온세텔레콤과 KCT가 MVNO 사업을 적극 준비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들어 2010년까지 통신요금은 7~8% 떨어졌고, 초단위 요금제 등으로 10% 정도를 추가인하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MVNO가 도입되고 경쟁활성화 된다면 가계통신비 20% 인하목표는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2기 취임 일성은 또 "통신요금 인하"였다. 그는 3월28일 "기업들이 투자활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으로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휴대폰 가입비와 기본료를 인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 연도별 SK텔레콤 설비투자(CAPEX) 내역

▲ KT 연도별 설비투자(CAPEX) 내역



◇"만만한게 통신사?"

작년 11월26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통신요금 20% 인하목표는 거의 다 달성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70여일 뒤인 올해 2월9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통신비를 낮추는게 서민생활에 중요한데, 통신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비해 가격 인하는 미진하다"고 비판했다.

더 이상 새로운 통신요금 인하정책은 없을 것이란 최 위원장의 시사 발언이 있은지 얼마 안돼 정부기조가 갑자기 바뀐 것일까. 2011년 들어 경제성장 보다 물가안정 문제가 더 부각되자, 가장 손쉽고 가시적인 정책을 찾다보니 통신요금 인하정책이 또 다시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아직 이통사들이 수용하진 않았지만, 머지않아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내 음성통화 시간이 20분 추가될 분위기다. 소비자 개개인 입장에선 음성통화 20분에 대한 체감은 미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는 음성통화 20분 만큼의 수익이 고스란히 사라진다. 때문에 세간에는 `만만한게 통신사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솔직히 통신사에 대한 정부의 관리와 규제가 심한 편"이라면서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한 때가 오면, 통신요금 인하 문제는 언제든 나오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금껏 정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통신기업을 키우기 보다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하지 않는, 적절할 때 요금도 잘 내리는 말 잘듣는 통신기업을 키운 셈"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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