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용기자] 2일 국세청이 명단을 공개한 고액체납자중 상위권에는 금지금(금괴)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올라가 있다.
560억원을 체납해 개인 체납액 1위에 오른 이만근씨가 금지금업체의 대표이고, 2위인 윤태영씨(454억원)도 대신골드라는 금지금업체 사람이다. 9위와 10위에 오른 조용수씨(140억원)와 김봉주씨(139억원) 역시 금지금업체인 현대금은과 유한골드의 2차 납세의무자다.
법인 체납액 10위권에도 삼성금은(1239억원)과 모나코(230억원), 한성종합상사(168억원), 비씨골드(167억원) 등 무려 4개의 금지금관련 업체들이 올라와 있다. 금지금업체들은 지난해에도 이처럼 대거 고액체납자 상위 10위에 포함됐다.
도대체 왜 이들이 고액체납자 상위에 랭크된 걸까.
`금지금`은 무역통상코드에서 쓰이는 용어로 `골드바` 같은 상태의 순도 99.5% 이상의 금괴를 일컫는다.
현행 세제상 금을 수입해서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경우에는 영세율이 적용돼 세관당국이 부가세를 환급해 주게 돼 있다. 그런데 수출도 안하면서 세금을 환급받을 목적으로 이른바 `폭탄업체`를 사이에 끼워 탈세하는 방식이 이 업계에서 관행화돼 있다는 게 문제의 출발점이다.
`폭탄업체`들은 통상 2~3개월간 세금계산서 거래 뒤 바로 폐업하는 방식으로 부가세 납부를 피해간다. 매출자가 매입자로부터 부가세를 거래징수해 납부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악용해 무자료로 매입한 금지금을 과세로 매출, 매입자로부터 부가세를 받은 후 이를 납부하지 않고 잠적하는 방식이다.
최근 국세청 조사가 강화되면서 잦아들었다곤 하지만 금지금업체들은 거래 규모가 수천억원 단위이다보니 탈세액 순위 상위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곤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이나 SK 같은 대기업들이 이 금괴 수입업을 영위했지만 당시 검찰이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고발조치하면서 최근엔 이런 업체들만 남은 상황”이라며 “이들 금지금업체는 대부분 가공법인인데다 대표자들 역시 재산이 없는 바지사장이라 체납한 세금을 받아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 2004년부터 `금지금 폭탄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세무조사를 벌여왔다. 200여개 업체에서 1조7000억원을 웃도는 세금을 추징해왔지만, 이날 명단이 공개된 금지금업체 관계자들에게서 체납 세금을 받아내기는 어려워보인다.
금지금업계의 탈세관행에 대한 국세청 등 관계당국의 더욱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