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daily리포트)김영란커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공희정 기자I 2004.07.23 19:01:50
[edaily 공희정기자]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대법관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47.사시 20회)가 그 주인공입니다. 경제부 공희정 법조담당 기자는 오늘의 김 부장판사와 그의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펼쳐온 아름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자의 의무)`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장관급 여성법관은 지난해 8월 첫 여성 헌재 재판관이 된 전효숙 재판관(사시 17 회)이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김 부장판사가 만일 대법관이 된다면 48년 제헌헌법 공포 이후 첫 여성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어쩌면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김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이 갖는 사회적 함의, 40대라는 신기록 뒤에는 `청소년 지킴이`로 불리는 그의 남편 강지원 변호사와 함께 펼쳐온 아름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숨어있습니다. 주업인 변호사보다는 청소년과 성매매여성의 권익보호를 위해 앞장서온 강 변호사는 한마디로 잘나가는 검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0년 검사직을 그만두고 `생업`으로 변호사의 길을 나서며 또다른 `청소년 교육운동가`의 길을 홀로 걸어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강 변호사의 특이한 이력과 뛰어난 활약, 청소년 교육운동가로서의 헌신 때문에 셀 수도 없으리만치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거절은 언제나, 한결같이 단호합니다. "정치를 잘 하려면 거짓말을 잘 해야 하고 돈도 잘 모아야 하는데 둘 다 잘 하지도 못하고 잘 할 생각도 없다. 또 줄 서는 것도 싫어한다. 한마디로 내가 싫어하는 것 모두를 모아 놓고 보니 바로 정치였다" 강 변호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정치를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최근 7년간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항소심 재판중인 의붓아버지가 보석으로 석방된다는 소식에 딸의 친어머니가 손가락을 잘라 혈서와 함께 고법 재판부에 보낸 일이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친어머니측의 변호를 자청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여성접대부의 인권 신장을 위해 법률지원을 발벗고 나선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강변호사는 자신의 아내가 대법관 후보로 임명재청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직을 사퇴하고, 공익적 사건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이유 역시 이속 빠른 사람들의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습니다. 민·형사소송에서 재판관과 소송 당사자나 변호인이 가족 관계일때 재판부 기피, 회피, 제척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정한 재판이 안될 수 있다는 이유죠. 대신 자신은 `청소년지킴이`로서 역할에 충실하자고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부인인 김영란 부장판사의 뜻깊은 날입니다. 김 부장판사 역시 강 변호사 못지않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김 부장판사가 사회적 소수인 여성·장애인·아동 등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함께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기대는 이때까지 보여운 김 부장판사의 `가슴 따뜻한` 판결 때문입니다.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중이던 2002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국가정보원의 접견교통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담당 판사였던 김 판사는 "변호인이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피고인에 대한 접견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할수 없다"고 판결, 피고인의 권리보호에 애착을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학교내 집단 따돌림을 당한 한 학생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1심이 집단 따돌림을 당한 피해 학생측에도 잘못이 있다며 피해학생측 부모와 피해당사자인 학생에 대해서도 합쳐 50%의 책임비율을 지웠습니다. 하지만 김 판사는 "대인기피증과 같은 성격적 요인을 이유로 피해 당사자인 학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가해자측 학생과 피해자측 부모에 책임을 지우되 피해 당사자인 학생의 책임을 제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왕따`사건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법조계 안팎으로부터 균형감각이 뛰어나고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재판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대법원도 김 부장판사가 "뛰어난 실무능력에 여성의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어, 법원 안팎으로부터 여성 보호, 소수자 보호라는 시대적 요청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로 지목돼 왔다"고 임명제청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들 김영란-강지원 커플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라는 `가진자의 의무`를 몸소 실천하는 동안 잔잔히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소리입니다. 최초 여성 대법관 탄생을 학수고대하고, 이들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더 큰 공명으로 세상에 울려퍼지길 기대합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