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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가 달랬는데도 시장은 떤다…美 금리 쉽게 안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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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04 08: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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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4.7%대…월러 '동결' 시사에 진정
AI 투자·정부 차입 겹쳐…자본 수요↑
월러 "美국채 안전자산 프리미엄 사라져"
중립금리 상승론…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국채금리 급등세가 일단 진정됐다. 전날 장중 4.8%를 돌파했던 10년물 금리는 3일(현지시간) 4.77% 수준으로 내려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물가 둔화세가 이어질 경우 9월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로이터 넥스트(Reuters NEXT) 인터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로이터 넥스트(Reuters NEXT) 인터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번 하락이 추세 전환의 시작인지, 가파른 금리 상승 뒤 나타난 일시적인 숨고르기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월가에서는 고용과 물가가 둔화하면 최근 금리 급등분을 추가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막대한 차입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미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금리 수준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중립금리(R-star)’ 상승론이다.

월러 한마디에 4.7%대로 후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4.761%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중 4.818%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322%로 떨어졌다.

직접적인 계기는 월러 이사의 발언이었다. 그는 이날 로이터 행사에서 “2% 물가목표를 향한 진전이 계속된다면 현재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것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가 다시 뜨거워진다면 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전날 63.2%에서 약 50%로 낮아졌다. 단기간 급격히 높아졌던 추가 긴축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채시장도 안정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월러 이사의 이날 발언에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을 보다 구조적으로 바라봐야 할 이유도 담겨 있었다. 그는 미국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자본 확보 경쟁이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최근 5일간 추이 (단위: %, 자료: CNBC)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최근 5일간 추이 (단위: %, 자료: CNBC)
정부도 빅테크도 돈 빌린다…‘자금 쟁탈전’

최근 미국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막대한 자금 수요가 동시에 채권시장에 몰리고 있다. 미 정부는 약 40조달러(약 5경4320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와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월러 이사는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경제성장만으로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재정적자를 크게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결국 미국 정부와 기업이 같은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다.

로이터는 이날 AI 관련 대규모 자본지출과 정부 차입이 경제 전체의 자본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중립금리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이론적인 실질금리다.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면 경제를 제약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금리 수준 역시 과거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라우바흐-윌리엄스 모델은 중립금리를 올해 2분기 기준 1.65%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중립금리는 직접 관측할 수 없는 이론적 개념인 데다 추정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중립금리가 기존 추정치보다 더 높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 역시 정확한 수준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월러 “美국채 안전자산 프리미엄 사라져”

여기에 미국 국채 자체에 대한 평가 변화도 장기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월러 이사는 이날 “안전하고 유동적인 미국 정부부채에 더 이상 프리미엄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미 국채는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라는 지위와 높은 유동성 덕분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도 받아들였다. 이 같은 ‘안전자산 프리미엄’은 국채 가격을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월러는 이 같은 프리미엄이 수년에 걸쳐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거론했다. 미 국채가 안전성과 유동성 덕분에 누려온 프리미엄이 줄어들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이 높아지고, 이는 장기금리의 하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월러는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 자신의 중립금리 추정치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립금리가 높아지면 “생각했던 것만큼 통화정책이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향후 인하한다고 해서 장기금리가 같은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연준이 직접 결정하는 것은 단기 정책금리다. 반면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향후 정책금리 전망뿐 아니라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와 국채 수급, 기간 프리미엄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달러화 (사진=로이터)
고용·물가 식으면 더 내릴 수도…추세 전환 판단은 일러

그렇다고 10년물 금리가 4%대 후반에 고착됐다고 단정하기도 이르다. 당장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변수는 경제지표다.

오는 4일 발표되는 8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 9월 금리 인상 전망이 더 후퇴하면서 국채금리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약 5만5000~5만6000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4.1%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주 물가지표다. 월러 이사도 자신의 9월 금리 결정이 8월 물가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둔화가 확인되면 최근 금리 급등분을 추가로 되돌릴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물가가 다시 뜨거워지면 9월 인상론과 함께 10년물 금리도 다시 4.8%대를 시험할 수 있다.

중동발 유가 상승 역시 변수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1.30달러, 브렌트유는 95.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장기금리 하락을 제한할 수 있다.

이날 10년물 금리가 4.7%대로 내려왔다고 해서 채권시장의 불안이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고용과 물가가 식으면 단기적으로 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지만 미국 정부의 막대한 차입과 AI 투자에 따른 민간 자금 수요, 미 국채의 안전자산 프리미엄 약화가 지속된다면 장기금리가 과거 수준으로 쉽게 돌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금리 급등이 단순한 오버슈팅인지, 미국 경제에서 ‘돈의 가격’ 자체가 높아졌다는 신호인지가 향후 채권시장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러화 (사진=AFP)
달러화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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