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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락장에서 비트코인은 일종의 ‘이중적 성격(dual personality)’을 보였다. 미국과 이란 간 분쟁 이후에는 때때로 안전자산처럼 움직인 반면, 2026년 2월과 같은 디레버리징 국면에서는 위험자산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블랙록은 이 같은 현상이 거시경제 위험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의 헤지 수요와 시장 내 포지셔닝에 의해 좌우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투기적 포지션이 과도하게 쌓인 뒤 디레버리징이 발생할 경우 비트코인과 위험자산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비트코인이 지난해 10월 12만달러를 넘어설 당시 시장 포지션은 극단적인 수준까지 확대됐다. 당시 비트코인 선물 미결제약정(OI)은 900억달러를 넘어섰고, 상당 부분이 해외 거래소의 레버리지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에 집중돼 있었다. 이후 중국 관세 관련 뉴스 등 거시경제적 위험회피 요인이 등장하면서 귀금속과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서 디레버리징이 촉발됐다. 연쇄적인 청산이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은 2026년 6월 6만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유입이 약화된 것도 비트코인의 가격 회복을 늦춘 요인으로 꼽혔다.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은 2024년 1월 출시 이후 2025년 10월까지 사상 최대인 600억달러의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인공지능(AI) 테마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비트코인 ETP에서는 50억달러 이상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AI 관련 상품에는 300억달러가 유입됐다.
디지털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하는 이른바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다만 블랙록은 이 같은 현상을 경기 및 시장 사이클에 따른 자금 흐름의 변화로 평가했다.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기관투자가 채택 추세가 구조적으로 훼손됐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블랙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트코인이 여전히 다른 자산과 낮은 상관관계를 가진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통화의 대안이 될 가능성과 법정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100년 동안 모든 선진국 통화가 금 대비 99%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또 포트폴리오 분석 결과 비트코인은 장기간에 걸쳐 주식 등 전통적인 위험자산과 낮은 상관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수익률이 상승 쪽으로 크게 열려 있는 ‘양의 왜도(positive skew)’ 특성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지난해 10월 이후 대규모 디레버리징이 진행된 만큼 앞으로 비트코인과 위험자산 간 상관관계가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지난 10년 동안 시장 구조가 성숙하면서 점진적으로 낮아졌다. 파생상품 시장과 ETP의 성장이 이런 변동성 감소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1년간 레버리지를 활용한 무기한 선물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러한 변동성 하락 효과를 일부 상쇄했다고 블랙록은 지적했다.
블랙록이 최근 10년간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주식 60%·채권 40%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1~2% 편입했을 경우 위험조정수익률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블랙록은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비트코인을 적정 수준으로 편입하는 전략은 전략적 분산투자 수단으로 여전히 “매력적(compelling)”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