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외환 송금 절차의 허점을 이용해 거액의 불법 수익을 챙기는 동안, 일부 은행들은 외환 영업실적을 올리는 데만 몰두한 탓에 이를 제지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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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무역대금을 가장해 해외계좌에 외화를 송금하고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해 다시 국내 코인거래소로 전송했다. 가상자산에 ‘김치프리미엄’이 3~5% 붙으면 매각해 이익을 얻었고 이러한 회전거래 행위를 반복해 이익을 부풀렸다.
이번에 붙잡힌 주범들은 총 4조3000억원을 해외에 송금하고, 약 1200억~2100억원 상당의 이익을 거둬 투기자금 제공자들과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외화 4조3000억원은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됐지만, 국내에는 가상자산만 유입된 것이다. 특히 유출된 외화는 모두 허위 무역대금으로 국내 실물경제와는 무관하게 투기 세력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
검찰은 이들 범행이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외송금 시점을 정하는 총책의 지시에 따라 공범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범행 전반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또 해외로 송금된 자금 일부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 관련 자금이 일부 포함돼 범죄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된 것으로도 확인돼 자금흐름을 계속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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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영업실적 경쟁 분위기가 과열된 가운데, 일부 영업점이 외환 송금 고객을 유치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송금 사유나 증빙서류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범행이 계속 가능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지점은 5개월간 320여 회에 걸쳐 ‘반도체 개발비’ 명목으로 1조4000억원 규모의 외화 송금이 계속되는 동안 ‘인보이스’ 외에 추가 증빙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고, 담당 직원은 포상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 영업점은 은행 본점의 의심거래보고(STR)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송금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은행 내부 책임자나 금융당국이 적시에 개입해 불법 송금을 차단하지 못하는 이상 단기간 ‘치고 빠지기’ 형태의 송금 행위를 막을 수 없다”며 “향후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연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상자산 투기 범행의 자금원 및 배후에 가려져 있는 추가 공범 수사를 통해 여죄를 밝히고, 은행직원의 비위행위와 송금 브로커 등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해 사건 전말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께 불법적 투기수익은 반드시 박탈된다는 사실을 보여 드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