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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지리산 등 주요명산서 구상나무 등 고산침엽수 멸종 위기

박진환 기자I 2019.05.08 11:10:00

산림과학원,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 조사결과 발표
자생지서집단고사中…기후변화 따른 생리적 스트레스

한라산 진달래밭 구상나무림의 2016년 모습.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최근 한라산과 지리산, 설악산 등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서 보호 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 주목 등 7종의 침엽수는 백두대간 명산의 해발 1200m 이상 높은 산에서 주로 서식 중이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생육과 갱신에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구상나무는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에만 분포한 침엽수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으로, 국내에서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7대 고산 침엽수종에 대한 전국 정밀 분포도를 최초로 제작했다.

739개 표본 조사지점에서 현지조사를 수행해 고산 침엽수종의 밀도와 건강상태 등 생육현황 전반에 대한 방대하고 정밀한 현장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 조사 결과, 전국 31개 산지에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이 서식 중이며, 전체 분포면적은 1만 2094㏊로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0.19%이다.

지역적으로는 지리산이 5198㏊(43.0%)로 가장 넓은 면적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한라산 1956㏊(16.2%), 설악산 1632㏊(13.5%), 오대산 969㏊(8.0%) 등에 분포돼 있다.

전국적으로 구상나무는 6939㏊에 약 265만본이 분포 중이며, 분비나무는 3690㏊에 98만본, 가문비나무는 418㏊에 걸쳐 3만본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눈측백과 눈향나무, 눈잣나무 등은 일부 지역에 소규모로 분포했다.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주요 분포 범위는 해발고도 1200~1600m였으며, 수분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쪽 계열 사면에 주로 분포했다. 고산침엽수 분포지역의 평균 기온은 약 6.3℃(전국 평균 12.3℃), 강수량은 1697㎜(전국 평균 1310㎜)였다.

현지조사를 통해 고산 침엽수종의 고사목 발생현황과 생육목의 건강도를 측정하고 종합적인 쇠퇴도를 산출한 결과, 전국 구상나무림의 약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 가량이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종별로 쇠퇴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구상나무의 경우 한라산에서 39%, 분비나무는 소백산에서 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에서 25% 등이다.

또 고산 침엽수종의 숲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에는 어린나무의 개체수가 적고 나무들의 연령구조가 불안정해 지속적인 개체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겨울·봄철 기온 상승과 가뭄, 여름철 폭염,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에 따른 생리적 스트레스 등이 손꼽힌다.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을 위해 조사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보전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지리산 구상나무 집단 고사 지역.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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