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후생연금(GPIF)의 공격적인 일본 국채 매도세가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인해 가뜩이나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재료까지 가세하고 있는 만큼 엔화값 하락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화는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대비 123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후 약 8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인상 시사 발언을 내놓으면서 나타난 달러 강세 여파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 22일 “만약 예상한 대로 경제 회복세가 지속한다면 연내 금리인상을 미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9% 상승한 97.24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영향만큼이나 후생연금의 공격적인 국채 매도세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생연금이 보다 높은 투자 수익률을 내기 위해 일본 국채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를 늘리면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 후생연금은 지난 6개월 동안 일본 주식과 해외 자산(채권 및 주식) 등 위험 자산을 총 12조엔(약 108조원) 늘렸다. 반면 일본 채권은 올 1분기(1~3월)에만 6조7000억엔 팔아치웠다.
후생연금은 지난달 초 발표한 2015년도 운영 계획에서 일본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60%에서 35%로 대폭 줄였다.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국채 수익률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국채 투자로는 더이상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담 콜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짜면서 달러가 엔화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민간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엔화를 연내 달러당 132엔까지 끌어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