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자동차업계가 노동조합의 ‘하투(夏鬪)’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통상임금 이슈로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 노사는 그동안 여덟차례나 교섭을 벌였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고 르노삼성자동차는 파업을 결의한 채 막판 집중교섭을 진행 중이다. 한국GM 역시 파업 움직임이 보이자 사장이 직접 나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3일부터 매주 2번씩 임금협상을 진행해온 현대차 노사는 오는 10일 9차 교섭에 들어간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 대해 양측은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다. 노조는 예상대로 통상임금 문제를 앞세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기상여금,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가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노사의 대립은 여름휴가 전에 임협이 타결되던 예년과는 달리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게 현재의 분위기다. 노조는 오는 16일 서울 본사 상경 투쟁도 계획 중이다.
르노삼성차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노사가 합의점에 찾지 못하면서 노조가 지난 2일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쟁의에 앞서 지난 8일 사측과 집중교섭에 들어갔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집중교섭은 오는 11일까지 진행되며 결렬되면 노조는 바로 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2년간 동결한 기본임금을 인상하는 것과 작년에 합의한 단체협약 사항을 사측에 준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차 노조도 부산에서 서울 본사로 상경해 투쟁을 벌이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한국GM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직접 나서 파업을 자제해달라며 노조를 달랬다. 호샤 사장은 지난 7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파업은 절대 안된다. 올해 파업으로 생산 손실이 발생한다면 결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경고를 했다.
한국GM 노사는 열세 차례 임금단체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노조가 8, 9일 이틀간 쟁의 찬반투표를 벌여 69.3%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한 호샤 사장은 “쟁의 행위는 노조의 합법적인 권리이지만 한국GM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대표적인 요인”이라며 “파업은 우리 모두의 고용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산물량의 추가적인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이미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서 올초 철수하면서 생산물량이 30% 줄어들었다. 또 생산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해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GM 부평공장은 신형 ‘크루즈’ 생산 공장에서 제외됐다.
완성차업계의 한 노무 담당자 임원은 “여름 휴가가 지나야 하투의 불꽃이 튈 것”이라며 “노조는 계속해서 통상임금 확대를 끝까지 요구할 것이고 사측도 대법원 판단까지 가겠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임단협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