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더 커진 위기감‥'기본기·선제대응' 주문한 정몽구

장순원 기자I 2013.12.23 16:05:30

(종합) 정 회장,해외 법인장 회의 주재
"기초 역량 탄탄하게 다져라" 당부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격변하는 시장 변화에 맞서 선제대응하고 나설 것으로 임직원에게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이 돈줄을 죄면서 후폭풍이 예상되는 데다 ‘엔저’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진행하면서 내년 경영환경에 대한 강한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위기를 넘어서려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현대차 제공
정 회장은 23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005380)그룹 본사에서 해외 법인장 회의를 열고 “변화의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는 업체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회의는 현대·기아차 해외 법인장 등 총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 한해 지역별 실적과 주요 현안 및 내년 생산· 판매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현대차는 올 한해 내수가 부진했지만 해외시장에서 선방하면서 전체적으로는 7.8% 판매가 늘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현대차 실적을 끌어올린 주역인 만큼 해외 법인장의 노고를 위로하면서도 “미국이 돈줄을 죄면서 시장별로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환율 추이를 포함한 글로벌 경영환경을 면밀히 분석해 시장 변화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 회장이 선제 대응을 강조한 것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으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며칠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양적완화 규모를 내년부터 100억 달러 줄이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5년간 돈의 힘으로 세계경제를 떠받치던 미국이 돈줄을 죄면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신흥국에 풀린 돈이 빠져나가면서 전략시장인 동남아나 브라질 같은 신흥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대차로서는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터라 타격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엔화가 1달러 당 100엔을 돌파할 정도로 엔저가 심화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 차와 경쟁하는 현대차로서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내년 세계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뒤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유럽 브랜드도 공세로 전환하면 현대차로서는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 회장이 직접 언급은 피했지만 이례적으로 ‘환율’을 거론한 것도 엔저 대응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결국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살아남을 방법은 기본기를 다지는 길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그가 “생산과 판매 전 부문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 역량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품질과 성능, 마케팅이나 고객서비스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 탄탄한 기본기가 받쳐줘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판매나 수출같은 실적보다 기본을 강조했다는 점은 (회사 내부적으로) 더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