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中 신차 개발 '18개월', 너무 빨라"…속도 경쟁에 당국 제동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방성훈 기자I 2026.09.01 08:11:43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신차 개발 2년→18개월…해외는 3~5년
당국 1년간 불시 점검…"품질 저하" 우려
테슬라 등 9개사 427만대 역대 최대 리콜
업계 "속도 늦추기 불가능"…반발도 거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신차 개발 기간을 18개월까지 줄이려 하자 중국 규제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속도 경쟁이 안전과 품질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24년 4월 25일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이 만든 '하이퍼 SSR'이 전시돼 있다. (사진=AFP)
2024년 4월 25일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이 만든 '하이퍼 SSR'이 전시돼 있다. (사진=AFP)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완성차업체를 불시 점검하는 1년 단위 안전 관리 캠페인에 착수했다. 지난 7월에만 최소 5개 주요 업체가 점검을 받았다. 배터리가 15만㎞ 주행 뒤 고장 났다는 보도가 나온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은 보도 며칠 만에 점검 대상에 올랐다. 아이온은 배터리를 무상으로 수리 또는 교체해주겠다고 밝혔다.

중국 자동차 설계업체 IAT오토모빌테크놀로지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신차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18개월로 짧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국 업체들의 개발 기간은 약 2년으로, 3~5년이 걸리는 해외 전통 완성차업체들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AI는 수십 개 공정에서 시간을 줄여준다. 시제품을 만들기 전 컴퓨터로 구현한 설계 모형을 놓고 차체 구조와 기능을 검토하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엔지니어가 직접 하면 수만 개 부품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개발 속도가 당국의 감독은 물론 업체들의 자체 품질관리 역량마저 앞질러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리홀딩스와 창청자동차, 체리자동차 경영진은 개발 기간 단축이 소비자를 사실상 실험 대상으로 만든다고 경고해 왔다.

리쉐융 체리자동차 부총재는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에 “자동차는 빠르게 사고파는 소비재가 아니다. 수백만 가정의 안전과 직결되며 전 세계의 다양한 도로 환경과 기후, 운전 습관을 견뎌내야 한다”며 “결코 단축해선 안 되는 개발 일정이라는 게 있다”고 적었다.

중국은 잇단 사망 사고를 계기로 배터리와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 차량 문 손잡이 등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를 포함한 9개 업체는 새 문 손잡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기차 427만여대를 고치기로 했다. 중국 역대 최대 규모 리콜이다. 신에너지차의 의무 주행 시험 거리를 현행의 두 배인 3만㎞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당국은 온라인에 올라오는 소비자 불만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자료=블룸버그)
(자료=블룸버그)
반면 업계 일각에선 개발이 빠른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루팡 둥펑자동차 보야 브랜드 회장은 빠르게 개발했더라도 요구되는 시험을 모두 마쳤다면 효율성을 입증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쉬안치우 IAT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업체들이 AI 같은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어 해외 경쟁사보다 앞서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속도를 늦추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도 있다. 판매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마진이 얇아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잦은 신차 출시와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리수푸 지리홀딩스 회장은 지난 6월 20일 방영된 국영방송 CCTV 인터뷰에서 “누구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두가 앞서 나가려 달리고 있다”며 “나더러 늦추라고 한다면 그러겠다고 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업체들도 속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함께 만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UNYX 08’을 24개월 만에 개발했다. 르노는 중국에서 ‘트윙고 E-테크’를 21개월 만에 내놓으며 자체 최단 기록을 세웠고, 토요타도 통상 3~5년인 모델 변경 주기를 줄이기 위해 플랫폼과 차량을 순차가 아닌 동시에 개발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상하이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창업자는 “규제당국은 소프트웨어나 시뮬레이션으로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영역에선 속도를 내도 되지만, 안전과 직결된 하드웨어와 신기술은 소비자에게 넘기기 전 더 강한 검증을 거치라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대응 비용이 늘어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들이 더 뒤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일 장 오토모티브포어사이트 대표는 “AI가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설계 오류를 줄여줄 수는 있다”면서도 “3만㎞, 5만㎞ 실도로 주행시험 같은 기준선은 대체할 수 없고 대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