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MSCI 신흥국 주식 종합지수는 튀르키예와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주가가 압박을 받으며 약 2% 가량 하락했다. JP모건 신흥국 통화 지수는 0.7% 하락했다.
이는 올해 들어 14% 상승(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 금요일 종가 기준)했던 신흥국 주식의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그동안 달러 약세로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 부담과 수입 비용이 낮아졌고, 저유가 역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호재로 작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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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매크로 헤지펀드 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는 매우 손쉬운 일방향 상승 베팅이었지만, 이제 큰 리스크가 됐다”며 “시스템 전반에 레버리지가 상당히 쌓여 있어 헤지펀드 업계 전반에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인도의 니프티50지수는 1.2%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2.1%, 대만 자취안지수는 0.9% 각각 내렸다. 튀르키예 BIST100지수도 2.7% 밀렸다.
골드만삭스의 최신 프라임브로커리지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신흥국 주식 비중은 전체 익스포저 대비 5년래 최고 수준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 기준 거래 규모로 볼 때 신흥시장 베팅이 가장 선호되는 전략 중 하나였으며, 특히 한국과 대만 주식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재편 우려로 월가 주식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온 결과다.
투자자들은 이번 이란 사태로 전략 수정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인 살만 아흐메드는 “신흥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원유 수입 의존도를 고려해 신흥시장 익스포저를 적극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산운용사는 올해 초 신흥시장 자산에 대해 강세 전망을 유지하며 비중확대 전략을 취해왔다.
일부는 이란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반도체 기업으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에 힘입어 상승해온 신흥국 지수의 장기 매도세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대형 매크로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과밀화된 신흥시장 거래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대부분의 매크로 수익이 신흥시장 롱 포지션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글로벌 위험자산과 동조하는 신흥국 통화는 이날 하락세를 보였다. 헝가리 포린트, 남아프리카 랜드, 브라질 헤알은 달러 대비 1~2% 하락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시장이 ‘해방의 날’ 대란을 겪었던 지난해 4월보다는 덜한 타격이다.
튀르키예 리라도 중앙은행이 통화 압박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 후 달러 대비 보합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역시 루피아 방어 의지를 시사했다.
본토벨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카를로스 드 소우사는 “튀르키예 같은 원유 수입국에겐 유가가 몇 주 이상 이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유지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며 “하지만 튀르키예는 리라 방어를 위한 외환 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채권 시장의 호조세를 이끈 근본적 동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각국이 수년간 수입 의존도와 외자 유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상수지 적자는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고, 포지셔닝에서도 과도한 낙관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헤지펀드들은 이집트와 튀르키예 등지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 시장에 재진입했다. 이들 국가는 통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두 자릿수 금리를 제시해왔다. 최근 몇 주간 이란 관련 긴장이 고조되자 일부 투자자는 포지션을 정리했고, 씨티그룹에 따르면 외국인의 이집트 채권 보유액은 20억달러 감소한 300억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일부는 분쟁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헤지를 통해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최근 며칠간 튀르키예와 이집트, 그리고 과밀화된 일부 현지 시장 포지션에 대해 신용부도스와프(CDS)와 통화 선물 등을 활용한 헤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신흥시장 전반에서 심각한 자금 유출 징후는 없다”며 “과거처럼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쏠리는 패닉성 유동성 위기 국면은 아니다. 신흥시장에 진정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은 그런 경우인데,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