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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별법 중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반도체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제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규정을 두고 시각차를 보이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
미국의 경우 고위 관리직이나 전문직, 고소득자 등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생산직이 아닌 근로자 중 연 1075만엔 이상 고소득자는 근로시간 규제에서 예외를 적용하는 ‘고도 프로페셔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 특별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국이 반도체 첨단 기술력 확보를 위해 밤을 새워가며 R&D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발목이 잡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현 SK하이닉스(000660) 개발총괄(CDO) 사장은 최근 “대만 TSMC도 엔지니어가 늦게까지 일하면 특근 수당까지 지급하며 야근을 장려한다”며 “개발 영역에서 주 52시간 제도가 부정적 습관이나 관행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005930) 임원들도 국회를 찾아 52시간제 예외 인정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두고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법안이 처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에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특별법 통과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국회에 법안 처리 관련 설득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파운드리에서는 대만 TSMC를 따라가야 하고, 메모리 반도체는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며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특별법 통과가 늦어지는 만큼 경쟁력은 떨어지고 추월 당할 위험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과거에는 목표가 주어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연구원들의 이 같은 마음가짐이 변화했다”며 “무한탐구와 도전정신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R&D 종사자들은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