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낮 최고 기온을 갈아치울 만큼 더위가 절정을 기록하던 지난 20일.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헬멧을 옆구리에 낀 배달 라이더 1명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 이동 노동자 쉼터’를 찾았다. 배달 일을 시작하기 전 쉼터로 온 배달 라이더 김모(47)씨는 안내 데스크에 있는 관리자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김씨는 방문 명부를 작성한 뒤 음료 냉장고에 있는 얼음물 한 병을 가지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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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이동 노동자 쉼터는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이동 노동자는 배달, 퀵 서비스, 대리운전 등 공동체에 누구나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서울시의 후원과 센터의 수탁기관인 영등포산업선교회의 공간 제공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는 생수, 얼음물 외에도 헬멧 건조기, 라이더용 충전기 등이 갖춰져 있다. 평일 기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영등포구 노동자 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어떤 물품을 제공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배달 라이더 등이 실제로 필요한 부분을 물어보고 갖춰 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동 노동자들에게 단연 인기를 얻는 것은 얼음물이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는 터라 수분 보충이 필수적이어서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생수들은 서울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을 비롯해 롯데칠성음료와 우아한 청년들, 자연드림 등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영등포 이동 노동자 쉼터를 포함해 서울 시내 27개 노동자지원시설에서 생수 10만 6000병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쉼터 관계자는 “하루에 얼음물 30병 정도가 나가는데 지금 같이 더운 날이면 40~50병 정도 가져가곤 한다”면서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거나 안마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김씨처럼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3년째 배달 일을 하고 있다는 이모(55)씨는 “마땅히 쉴 곳을 찾기 어려운 직업이기도 해서 여름철이면 난감한 적이 많았다”면서도 “이곳을 알게 되면서 얼음물도 가져갈 수 있지만, 단 30분이라도 좀 쉬다가 나갈 수 있으니까 그게 가장 큰 이점인 거 같은데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달 일을 하는 김모(36)씨도 “헬멧 건조기 같은 경우는 저도 처음 보는 물건이었는데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게 고마운 일”이라고 전했다.
홍윤경 영등포구 노동자 종합지원 센터 센터장은 “쉼터를 운영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동노동자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면서 “전담 인력 등 운영비 지원이 확대돼 더 많은 노동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