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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서도 이 같은 이기영 행동을 제지할 수 없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은 ‘얼굴을 공개할 때엔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규칙에서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선 안 된다’는 부분이 삭제됐지만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강제로 후드·마스크 벗기긴 사실상 불가능
이기영 송치 시 경찰관이 이기영의 후드나 마스크를 벗겼다면 이는 공보 규칙 위반이 된다. 단순히 규칙 위반에 그치지 않고 자칫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든 누구든 후드나 마스크를 강제로 벗겼다면 이는 형법상 폭행죄의 구성요건인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있다.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유죄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한다면 상해죄까지도 성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직접 후드나 마스크를 벗기지 않고 강압적 분위기를 통해 이를 벗도록 요구할 경우엔 강요죄도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실물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피의자 사진 공개가 유일한 해법이다. 전 남편 살인범 고유정의 ‘커튼머리’ 논란 이후 경찰은 2021년 1월 공보규칙을 개정해 ‘필요한 경우 수사과정에서 취득하거나 피의자 동의를 얻어 촬영한 사진·영상물 등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여기서 강제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수사과정에서 취득한 사진이나 영상물’인데 이는 통상 신분증 사진이다. 하지만 신분증 사진 특성상 실물과 매우 달라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신분증 사진 공개 가능하지만 실물과 달라 매번 논란
그래서 경찰은 체포 후 수사기관에서 촬영하는 ‘머그샷’ 공개를 시도했으나 ‘피의자 동의’를 받기 쉽지 않아 대부분 공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머그샷이 공개된 건 지인 여성 가족 살해범 이석준이 유일했다. 공개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경찰로서는 ‘머그샷 공개 의무화’를 원하는 입장이지만 이를 내부규칙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고위간부는 “인권과 관련된 이슈인 만큼 법률이나 대통령령 등 더 상위법으로 이를 명문화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지난 3일 신상공개가 결정될 경우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송 의원은 발의 이유에서 “공개되는 피의자 얼굴이 상당수가 현재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는 과거 사진으로, 피의자 식별이 매우 어려우며 이로 인해 법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같은 날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신상공개시에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촬영해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머그샷 공개 의무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안 의원은 발의 이유에서 “신상정보 공개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선 피의자 최근 얼굴을 공개해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당사자가 거부하면 과거 사진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