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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원의 촉]보수층 열광한 박용진, 전통 지지기반 찾아올 수 있을까

선상원 기자I 2021.08.23 14:04:19

유일한 70년대생 박용진 의원, 대선 경선서 파란 일으켜
진보진영 적합도 3위 달려, 민노당 출신 정치인으로 대단
진보보다 보수,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이 높아
역선택 효과, 박용진 브랜드인 정책경쟁력으로 승부 봐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박용진 대선 예비후보와의 오찬 회동에서 손을 맞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뜬 정치인이 있다. 재선의 박용진 의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들 가운데 유일한 70년대생으로 경선 토론회 내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집중 공격해 ‘이재명 저격수’란 별칭을 얻었다.

지난 5월초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박 의원이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출마 선언 일성처럼 노풍을 잇는 대파란을 일으켜 시대교체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 경선에 활력소를 제공하고 흥행을 보장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박 의원이 빠진 민주당 경선 토론회를 생각할 수 있을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네거티브만 자제한다면 후보들의 경쟁력을 드러나게 하는 재치와 언어가 있는 후보이다.

아무도 엄두 내지 못했던 유치원 비리 폭로, 유치원 3법 통과시켜

그런 기대감 때문인지 박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의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이 지사가 33.0%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이낙연 전 대표 15.0%, 박 의원 3.5%, 정세균 전 총리 3.3%, 추미애 전 장관 2.8%, 김두관 의원 0.7% 순이었다.

또 케이스탯리서치와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역시 이 지사가 33%로 선두였다. 그 다음으로 이 전 대표 17%, 박 의원 3%, 정 전 총리 3%, 추 전 장관 2%, 김 의원 1% 순이었다.

이들 조사는 모두 100% 무선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고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쟁쟁한 경력을 가진 추 전 장관, 김 의원을 제치고 정 전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물론 박 의원도 민주노동당 시절까지 감안하면 정치경력이 일천하지 않다. 2000년 민노당 서울 강북을 지구당 위원장 시절부터 계산해도 무려 20여년 동안 정치를 해왔다.

무명의 진보정치인이었던 박 의원이 꽃을 피운 것은 지난 2012년초 민주당에 결합하면서부터다. 초선 시절 박 의원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유치원 비리를 폭로했다. 어느 정치인도 지역사회의 기득권이자 표밭이었던 유치원에 맞서지 못했다.

‘박용진 3법’으로 불렸던 ‘유치원 3법’은 정치인 박용진을 한국사회에 알린 계기였다. 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의한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들끓는 국민들의 여론에 밀려 결국 지난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했다.

유치원 3법이 없었다면 박 의원의 대선 도전도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박 의원은 민주당의 자산이다. 박 의원이 경선을 통해 더 성장하고 정치적 자산을 더 축적했으면 한다”며 “다만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얘기하기보다 다른 후보를 집중 공격하면서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경선이 자양분이 될지, 독이 될지는 박 의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코워킹·코리빙 공간인 ‘장안생활’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 0.8%, 국민의힘 지지층 7.4%… 진보 1.0%, 보수 5.5%

실제 박 의원의 지지층을 살펴보면, 진보보다는 보수, 민주당 지지층보다는 국민의힘, 여성보다는 남성 지지층이 많다. 앞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의 조사 결과, 박 의원은 여성 지지율이 3%로 남성보다 1%포인트 낮았고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은 0.8%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율은 무려 7.4%에 달했고 보수층 지지율도 5.5%나 됐다. 진보층 지지율은 1.0%였고 호남 지지율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은 5.3%였다.

박 의원의 살아온 행적, 개혁적인 정치행보와는 상반된 지지율이다. 확장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으나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부터 외면받는 지지율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역선택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박 의원을 지지하면 여권 유력후보가 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보수층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용진 브랜드’는 정책 경쟁력이다. 유치원 문제라는 정치적 가려움증을 해결해줬기 때문에 국민들이 호응하고 열광했는데, 특정후보를 공격하면서 박용진 브랜드, 호감도가 급감했다. 이제라도 정책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박 의원이 발표한 5대 청년세대 맞춤공약은 눈길을 끌만하다. 특히 기존의 각종 청년 자기개발 지원사업을 하나의 커리어성공계좌로 통합해 모든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공약은 청년들의 전문성을 키워 취업에 성공할 수 있게 하는 일자리정책이기도 하다.

또 법인세·소득세 동시감세 공약은 기업에 활력을 제공하고 내수시장 확대를 가져와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기할 수 있는 공약이다. 여당 대선후보 중 법인세 인하를 공약한 후보는 박 의원이 유일하다.

배 소장은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타깃이 분명해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소외되고 있는 청년층에 맞췄다면 박용진 브랜드 매력은 차원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박 의원에게 네거티브 한 것이 아니라 포지티브 한 정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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