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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개 지주회사 현금·현금성 자산 55조원…벤처투자 흘러가나

김상윤 기자I 2021.06.10 12:08:35

24개 지주회사가 41조4000억원 보유
LG·SK 등 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 촉각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140개 지주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55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지주회사도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지주회사의 현금이 벤처업계로 흘러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140개 지주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조349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회사는 총 164곳인데 이중 지주회사 내 있는 중간지주회사 13곳, 금융지주회사 10곳, 3월 결산법인(퍼포먼스옵틱스) 1곳을 제외해서 분석한 결과다.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수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금성자산은 기업이 단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현금, 수표, 당좌예금 등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말한다. 재무제표상 자본 항목의 ‘이익잉여금’ 등을 일컫는 사내유보금과 달리 기업들이 당장 투자에 쓸 수 있는 자금이다. 물론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55조원이 모두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가 이번에 지주회사 유보금을 공개한 배경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CVC 제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CVC는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모기업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업기업의 성장 기반 마련을 지원하는 회사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를 둘 수 없다. 벤처캐피털이 금융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의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말 통과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으로 인해 지주회사도 CVC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55조3490억원 중 41조4000억원(74.8%)은 24개 일반지주전환집단이 보유하고 있다. 전환집단은 지주회사 및 소속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기업집단 소속 전체회사의 자산 총액 합계액의 100분의 50인 이상인 집단을 말한다. 피라미드 식으로 자회사·손자회사 나아가 증손회사까지 보유한 LG, SK 등 우리가 흔히 일컫는 지주회사를 말한다.

이중 1조원 이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는 총 8개다. LG, SK, LS 등이다. CVC를 도입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으로 분류된다.

공정위는 아직까지 재계에서 CVC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 파악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희 공정위 지주회사 과장은 “CVC제도든 벤처지주회사 제도 등에 관하 재계에서 문의는 많지만, 아직 뚜렷하게 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없다”면서 “연말 제도 시행 전까지 가봐야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손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보다는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대폭 늘리는 방식이 되면 총수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큰 지배력을 갖게 되는 구조가 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평균적으로 33.3개(총 866개)의 회사를 지배하고 있었고, 자회사는 10.3개(31.1%), 손자회사 20개(60.2%), 증손회사 2.9개(8.8%)였다.

평균 자회사 수는 한 해 전보다 하락(10.9→10.3개)했지만 평균 손자회사 수는 증가(손자 19.8→20.0개)했다. 평균 증손회사 수는 동일했다.

신 과장은 “상대적으로 자회사·증손회사보다는 손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에 12월 30일부터 신규 지주회사 및 신규 편입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이 상향되는 만큼 앞으로 소유 및 지배구조 괴리 문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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