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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고채 매입은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을 상대로 하며, 복수금리 방식으로 경쟁입찰 한다. 다만 매달 얼마씩 매입할지와 종목, 구체적인 일자에 대해선 미리 밝히지 않았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고시(입찰 전영업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국채 11조원 규모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도 추가 매입에 나선 것이다. 다음 달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계획 발표를 앞두고 시장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해 선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미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장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향후 국고채 발행규모가 상당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시장금리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 금리는 최근 미 국채 금리가 뛰자 상승 흐름을 보였다. 전일 미 국채 금리는 10년 물이 1년 래 최고 수준인 장중 1.6%를 상회했고, 단기 채권인 미 국채 5년물 금리도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인 0.865%까지 올랐다. 이에 원화 채권 금리 역시 최근 상승세를 지속했다.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2일 연 1.922%로 급등한 뒤 연 2%대를 넘보고 있다. 이날도 장 초반 연 1.98%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연 2%대에 근접했다가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3년물도 1.06% 찍고 1.02%까지 내렸다. 한은의 국채 매입 계획 발표 이후 소폭 하락해 횡보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이번 국고채 단순매입 확대와는 별도로 시장금리가 급변동 하는 등 필요시에는 시장안정화 차원의 추가적 대응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이후 실시한 시장안정화 차원의 일회성 매입을 의미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이 우리나라 장기 금리 상승에 큰 영향을 줬다”며 “현재 장단기 금리차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는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과거 금융위기 이후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최근의 장단기 금리차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번 단순 국고채 매입이 미국 연준처럼 국채 매입 정례화를 할 수준은 아니지만, 추경 발행 부담이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에만 해도 국채 매입에 대한 입장을 미리 밝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었는데 오늘 상반기 국채 매입 규모를 밝힌 것은 비단 오늘의 채권 금리 급등만 생각한 건 아닌 것 같다”면서 “다음달 추경 세부 계획이 나오면 적자 국채 발행 규모도 나오기 때문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당국은 오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추경 규모와 대상, 지급 시기 등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4일 추경안 국회 제출과 5일 정세균 국무총리 시정연설을 거쳐 1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추경 이외에 기획재정부가 밝힌 2021년 국채발행 계획 규모는 이미 사상 최대치인 176조4000억원 수준이다. 추경을 통한 적자 국채를 발행 규모가 늘어날 경우 채권 시장은 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풀린 국채 물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