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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승리호’는 산성화로 지구에서 살기 어려워진 2092년을 배경으로 한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에 탑승한 승무원들은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국산 영화 사상 처음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란 점에서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승리호 내부 배경으로 국내 기업 관련 물품이나 캐릭터가 언뜻 비친다는 점이다. 특히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송중기 분)가 승리호를 잠시 떠났다 복귀했을 때 조종선의 뒷 배경으로 카카오 캐릭터 ‘라이언’과 농심 ‘신라면’ 박스가 잡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해당 장면을 캡처해 ‘2092년에도 존속하는 한국 기업’이라는 제목을 달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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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열홍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은 “최근 소비자들은 상품의 기능보다 해당 상품이 지닌 이미지와 감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에 문화적인 속성을 더한 ‘문화융합상품’으로 인식할 때 광고 효과가 굉장히 크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지난해 농심은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며 엄청난 반사이익을 거뒀다. ‘기생충’에서 농심 라면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혼합한 ‘짜파구리’가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유튜버를 비롯한 해외 유명인사들이 ‘짜파구리’ 시식기를 남기기 시작했고, 이것은 실제 해외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6398억원, 16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103.4% 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이 가팔랐다. 국내 내수 라면 매출액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내식 수요 증가에도 전년 대비 10%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해외 라면 매출은 32.1%나 늘었다.
농심은 ‘승리호’는 물론 ‘기생충’에 자사 라면 브랜드가 등장할 때 별도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 외려 영화 제작사 측에서 농심 브랜드를 사용하고 싶다고 알려와 흔쾌히 허락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브랜드 사용을 허락했다”라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극 협조하는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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