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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고재우 기자]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을 향한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간 대결구도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김 의원은 각각 ‘의리’와 ‘미래’를 키워드로 내걸고 프레임 싸움을 벌일 태세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키즈’로 정치적 토대가 같은 두 의원이 상도동계 적자를 두고 대결하는 형국이다.
10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변화와 혁신의 길’ 토론회. 이날 토론회는 친박 좌장인 7선 중진 서 의원이 7·1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토론회는 2층 강당에서 열렸지만, 시작 전부터 1층 로비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 의원측 관계자는 “추산은 안되지만 적어도 1000명 이상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날 당권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의리’를 내세웠다. 그는 “정말 많이 와서 깜짝 놀랐다. 변치 않은 우정을 보여줘서 감사하다”면서 “저는 30년간 정치를 하면서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이 원조 친박이었다가 최근 탈박 비박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의 이날 토론회에는 당내 친이 비주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도 참석했다. 중앙대 동문인 두 의원은 한때 개헌 등을 놓고 반목했지만, 이날만은 손을 맞잡았다. 이 의원은 “세월호 사건 이후 ‘끼리끼리 문화’를 없애겠다고 하는데 그걸 없애야 할 게 새누리당”이라고 주장했고, 곧이어 서 의원도 “당에 계파는 없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 좌장인 서 의원이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표심을 끌어안으려는 뜻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항하는 5선 중진 김 의원의 키워드는 ‘미래’다. 출정식 같은 세(勢) 과시성 이벤트를 ‘과거’로 규정하고, 이를 지양하겠다는 게 김 의원의 복안이다. 당내에서는 대대적인 출정식을 연데다 상대적으로 고령(71세)인 서 의원을 겨냥한 프레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선언도 지난 8일 기자회견으로 갈음했다. 이날 오전 자신의 주도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경제교실에도 60여명의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 정도만 참석하는 등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저를 지지하지 않아도 관계 없다”고 농을 던지면서 “의원들에게 신고하지 않고 출마선언을 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줄세우기나 세몰이 등 나쁜 풍도는 없어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혼자 출마 선언을 했다”면서 “사무실 개소식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준비교실을 준비한 한 측근은 “김 의원 스스로 공부모임을 통해 세 몰이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차가 당권구도가 서·김 의원간 ‘2파전’ 양상으로 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두 의원 가운데 어느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지에 대해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신임 당 대표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갖는 막강 권한이 있어, 당내 의원들도 ‘선택’에 신중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주된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충청 출신 6선 중진 이인제 의원도 이날 국회 헌전기념관에서 ‘새누리당 대혁신 비전선포식’을 열고 당권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도 서·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YS 키즈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혁신을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에 옮기기는 어렵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다”면서 “저에게는 어떤 기득권도 없다. 낡은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반드시 혁명적 변화의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