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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600억 유상증자 한다니까 시총 3조 증발(상보)

김상욱 기자I 2011.11.03 18:09:14

LG전자 1조600억 유상증자 전격발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그룹 주력계열사 주가급락

[이데일리 김상욱 기자] LG전자가 1조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3일 주식시장에서 LG그룹 상장사들이 급락했다.

최근 실적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실시하는 증자인 만큼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LG전자(066570)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3.73%(9800원) 내린 6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주회사인 LG(003550)도 9.89% 하락했고, LG디스플레이(034220)LG이노텍(011070)은 각각 6.32%와 4.46% 떨어졌다.

그밖에 LG화학이 4.31%, LG유플러스가 3.41% 하락하는 등 LG그룹 관련주들이 전체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급락의 주범은 LG전자가 추진하는 1조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개장초부터 LG전자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나오며 관련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유상증자를 결정할 이유가 없다면서 뜬소문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LG전자가 신규사업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결국 낙폭을 좁히지 못한 채로 마감했다. 증자 가능성이 제기되자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LG전자 주식을 292만주 순매도 했다. LG도 134만주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와관련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면서 "현금유동성 문제 때문이 아니라 신규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본준 부회장이 CEO로 취임한 뒤 새로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캐시플로우는 회사채 발행 등으로 가능하지만, 사업부문은 자본확충을 통해 시도하는 게 옳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시설자금 6385억원, 운영자금 4235억원 등 총 1조6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운영자금은 연구개발(R&D) 투자용이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자 계열사들의 시가총액도 3조원 넘게 줄었다. LG전자의 시가총액은 전날 10조3279억원에서 1조4176억원이 줄었다. 시가총액 순위도 22위에서 27위로 밀려났다.

LG의 시가총액도 1조원 이상 줄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도 각각 5189억원, 645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LG전자의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 증권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돌이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에는 LG전자가 올 4분기부터 내후년에 걸쳐 한번에 3000~4000억씩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유증을 택한다면 아쉬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회사 입장에서는 신용도나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일 수 있다"면서도 "주가에는 당연히 부정적인 재료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가 중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1조원이라는 규모도 중요하지만 자금이 어디에 쓰일지가 향후 전망에 핵심"이라며 "신사업 가치에 긍정적인 부분으로 쓰인다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달자금을 휴대폰 사업강화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휴대폰은 설비 투자가 많이 필요한 사업은 아니다"라며 "자금을 투입한다고 성과가 나는 분야가 아닌만큼 오히려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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