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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2개' 훔쳐서 징역..고물가 시대 현실판 장발장

전재욱 기자I 2023.03.21 14:05:00

재산권 침해하는 절도죄는 처벌 세서 생계형도 예외없어
몇천원짜리 아이스크림, 몇만원짜리 김치 훔쳐도 '실형'
소액 범죄에 실형 가혹한 듯하지만.."소액만 훔치려 했겠나"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고물가 시대 식료품 가격과 외식비가 무자비하게 오르는 와중에, 쌀과 반찬 따위를 훔치다가 감옥살이를 하는 현실판 장발장 사연에 이목이 쏠린다.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모습(사진 = 뉴시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절도죄로 법정에 선 A씨는 지난 1월 징역 6월의 실형에 처해졌다. A씨가 훔친 건 편의점 아이스크림이었다. 2021년 11월 대전에 있는 한 무인 편의점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두 개를 훔쳤다. 시가로 치면 6000원 정도 하는 것이었다. 이 편의점에서 A씨는 다섯 차례에 걸쳐 7만여원치 아이스크림을 훔쳤다. 편의점 내에서는 CCTV가 돌아가고 있었고 A씨 범행은 고스란히 찍혔다.

법정에서 A씨는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실형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미 절도죄로 세 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게다가 이번 범죄는 앞서 절도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에 벌인 것이라서 죄질이 좋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절도죄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라서 처벌이 센 편이다. 징역 6년 이하이거나 벌금 1000만원으로 처벌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가벼운 범죄이거나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징역 6월 이하 선에서 선고형이 정해진다. 개중에 생계형 범죄가 여기에 포함된다. ‘궁핍한 가계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경우’이거나 ‘치료비·학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경우’가 해당한다.

식료품을 절도한 사건은 이런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B씨 사례는 눈에 띈다. 2021년 9월 전남의 한 도시에서 김치를 훔친 B씨. 가게 두 곳에서 그가 훔친 파김치, 열무김치, 배추김치 등 김치는 시가로 15만원 어치 정도였다. 개중에는 김이나 땅콩같은 반찬도 있었다.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지난 1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B씨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전과 기록이었다. B씨는 특수절도죄로 붙잡혀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2020년 5월까지 복역했다. 김치를 훔친 시점은 누범 가중 기간에 해당했다. 형법은 ‘금고 이상의 형이 집행 종료하거나 면제된 이후 3년 이내에 다시 금고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면 선고 형의 최대 2배까지 가중해 처벌한다’고 정한다.

식료품은 대부분 먹는 데 쓰이기 때문에 그대로 피해자에게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경기에 있는 쌀 창고에서 쌀을 훔치다가 붙잡힌 C씨 사건이 해당한다. 창고에 쌀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이상하게 여긴 피해자가 CCTV를 돌려서 C씨를 발견했다. 범행은 다섯 달 동안 이어졌고, 그 기간 가져간 쌀의 양은 약 100kg 정도. 시가 50만원 상당이었다.

훔쳐간 쌀 일부는 뱃속으로 들어가버린 이후라서 돌려줄 수 없었다. 피해 회복이 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돼 C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법원은 C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최근 선고했다. 마찬가지로 이미 수차례 절도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식료품 절도 범죄 다수는 반복해서 일어나고, 일부는 도벽에서 비롯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소액을 훔쳤고, 생계형으로 보이는 범죄에까지 실형에 선고하는 게 가혹하다는 시선도 있다.

이를 두고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음부터 소액을 훔치려던 게 아니라 훔치고 나니 소액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결과적으로 피해액이 소액이라는 점을 양형에 가볍게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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