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사태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측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계자들의 줄소환을 예고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지난 3~4일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 식약처 등을 압수수색한 뒤 증거물 분석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기존 형사2부 소속 검사 3명에서 2명을 더 파견받는 등 수사인력을 확대했다.
이 사건의 주요 규명 대상은 코오롱 측이 인보사의 식약처 허가신청 전 주성분 세포의 변경을 인지했는지 여부와 식약처가 몇 달 만에 기존 입장을 뒤집고 허가 결론을 내리게 된 경위 등이 꼽힌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됐다. 이 제품은 지난 2017년 7월 12일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최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 자료에 기재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신장유래세포인 게 밝혀졌다. 신장유래세포는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지난달 28일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전 대표 등을 형사 고발했다.
검찰은 코오롱 측이 식약처에 처음부터 허위 자료임을 알고도 제출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품목 허가를 위해 식약처를 속였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3월 인보사 2액에 신장세포가 포함된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지난달 3일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식약처 조사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 허가 다음날(2017년 7월 13일) 자회사에서 이메일을 통해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세포변경 가능성을 실제로 식약처에 보고한 건 한참 뒤인 올해 3월 22일이다.
한편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인보사 핵심세포인 형질전환세포를 실제로 만들었는지를 검찰에 규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최근 조사과정에서 코오롱 측에 형질전환세포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했지만 회사 측에서 내놓은 건 없다고 한다.
코오롱 측은 “초기 개발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론 부족한 점이 있어 결과적으로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지만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 전 대표를 포함해 코오롱 측 관계자를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허위자료 제출에 윗선의 개입정황이 짙어지면 그룹 총수였던 이웅열 전 회장까지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약처의 직무유기 및 유착 의혹도 핵심 수사대상이다.
인보사 허가의 경우 다른 신약과 달리 식약처장 결재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의 전결로 처리돼 특혜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이와 관련, 당시 심사부장이었던 A대학의 김모 교수 연구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2017년 인보사 심의가 두 달만에 다시 열려 ‘불허’에서 ‘허가’로 뒤바뀐 경위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4월의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선 위원 7명 중 6명이 인보사 허가에 반대했으니 같은 해 6월의 2차 심의에선 ‘통증 완화’를 명시하는 조건으로 허가가 승인됐다. 2차 심의에는 일부 위원이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허가결정에 관여한 식약처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