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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스타트업]②허브 경쟁 `춘추전국시대`

이정훈 기자I 2014.03.17 15:02:15

美-EU, 불꽃대결..동북아·중동·남미도 참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들 한다.

될 성 싶은 떡잎인 스타트업(Startup)들을 한 곳에 모으고 그 떡잎에 물과 햇빛을 공급해줄 투자자를 모으는 일이 스타트업 허브(Hub)의 역할이다. 스타트업이 미래 먹을거리로 집중 부각되면서 지구촌 곳곳이 이같은 스타트업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경쟁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스페인 통신 기업 텔레포니카와 스타트업 게놈에 따르면 에코시스템(산업 생태계)을 가장 잘 갖춘 전세계 스타트업 허브 1위는 단연 미국 실리콘밸리다. 이스라엘 텔아비브(2위)와 영국 런던(7위) 프랑스 파리(11위) 등 유럽 도시들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호주 시드니(12위), 브라질 상파울루(13위), 싱가포르(17위), 칠레 산티아고(20위) 등 다른 대륙에서도 여러 도시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 기술력과 자본의 만남..美·EU, 한 판승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탁월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술자, 지갑이 두둑한 투자자들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강점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지역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트업 허브 실리콘밸리의 힘은 스타트업의 ‘거대한 집중(huge concentration)’에서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산타클라라까지 빽빽하게 들어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컴퓨터 전문가만 4만명이 넘는다. 작년 벤처캐피탈(VC)이 실리콘밸리에 투자하는 자금도 100억달러(약 10조6000억원)에 이른다.

‘실리콘앨리`로 불리는 뉴욕도 가장 핫(hot)한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데다 로스앤젤레스(LA)와 보스턴, 시애틀 등이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뉴욕은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업은 물론이고 가장 많은 인구, 그 중에서도 부동산과 패션 등 트렌드에 민감한 대중들이 집중돼 있다. 이 덕에 지난해 인터넷 검색업체 야후에 팔린 마이크로 블로그 텀블러(Tumblr)나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인 오픈마켓 엣시닷컴(Etsy.com), 옷 대여서비스 런웨이(Runway) 등 성공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EU에서는 텔아비브가 실리콘밸리에 대적할 수 있는 대표적 허브다. 규모는 실리콘밸리에 뒤지지만 기업 밀집도는 전세계에서 단연 1위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스타트업 수만 63곳에 이른다. 이는 EU와 일본, 한국, 인도, 중국을 모두 합친 수보다 많다. 지방정부는 이민자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창업자금을 지원하며 벤처캐피탈과의 연결도 책임지기 때문에 EU내에서 유일하게 투자자금이 넘쳐난다. 이 덕에 구글이 인수한 오픈소스 내비게이션 업체 웨이즈(Waze)나 페이스북에게 넘어간 모바일데이터 최적화 업체 오나보(Onavo) 등 똘똘한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

자금 부족이라는 단점을 가졌던 런던과 파리, 독일 베를린, 핀란드 헬싱키, 스웨덴 스톡홀름 등도 맹추격 중이다. 영국 정부는 50대 미래형 기업을 집중관리하는 ‘퓨처 피프트(Future Fifty)’라는 육성책을 내놓고 주식 매각 차익과 연구개발(R&D), 공장건설 경비 등에 대한 세금 감면과 신기술 연구지원, IPO 기준 완화를 제공하고 있다. EU도 ‘테크 올스타(Tech Allstar)’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12개 스타트업을 선정, 투자와 기술자문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도전장 내민’ 남미·亞..중동까지 가세

후발주자인 남미와 아시아의 도전도 거세다. 남미는 상파울루와 산티아고라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 허브를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액샐러레이터 프로그램 ‘점프 브라질(Jump Brasil)’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고,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브라질’이라는 프로그램 역시 연초 출범시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에 인수된 천연가스 업체 바라에너지아페트롤레오에처럼 자원부국에 걸맞는 에너지분야 스타트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칠레 정부 역시 ‘스타트업 칠레’라는 프로젝트로 자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희망기업을 선발해 산티아고에서 6개월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4만달러와 비자발급 등을 지원하면서 글로벌 벤처기업들에게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제2의 실리콘밸리’를 꿈꾼다. 이스라엘을 벤치마크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이미 지난 2010년부터 ‘기술육성계획(TIS)’을 시작해 엄선된 스타트업의 자본 중 85%까지 최대 50만싱가포르달러를 투자해주고 있다.

이에 고무된 벤처캐피탈들도 싱가포르에 작년 한 해 17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로, 일본과 한국, 홍콩보다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일본 라쿠텐이 2억달러에 인수한 비디오사이트 비키(Viki.com)와 페이스북 공동 창업주 에두아르도 세버린이 투자한 온라인 장보기서비스 레드마트(Redmart) 등 주목받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한국의 스타트업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힘든 수준이다. 정부와 민간자본의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각종 규제는 물론이고 빨리 투자수익을 내야 하는 문화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한국 스타트업에는 희망이 있지만 희망을 현실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걱정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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