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과 의대 지역인재전형 목표치를 60%로 상향하겠다는 발표가 맞물리면서 지역 교육계에는 자녀를 ‘지방 유학’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지역인재전형이 비교적 의대에 들어가기 쉽다는 계산에서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19일 “수도권 학부모들의 전화 문의가 많다”며 “지방 공공기관 이전과 맞물려 자녀와 함께 내려오려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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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대 26곳은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 시행령에 따라 지역인재 선발 의무 비율인 40% 이상을 채워야 한다. 인구 규모가 적은 강원·제주만 예외적으로 20% 이상을 선발토록 하고 있다.
정부가 19년 만에 3058명으로 묶였던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65%) 늘리기로 한 데다가 의대 지역인재 선발 의무 비율을 현행 40%에서 60%로 상향하기로 하면서 일찍이 초·중학생 자녀를 지방으로 유학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의사·의대생들의 반발에도 정부의 의대정원·지역인재전형 확대 의지는 확고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인재전형은 수도권 학생들이 지원하지 못하고 해당 지역 학생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경쟁률·합격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대입에 유리하다.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려면 지방대학이 위치한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입학일부터 졸업일까지 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다만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이 기준이 강화돼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총 6년을 해당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 때문에 현재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의대 진학을 위해 지방 이사를 고민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초등생 학부모들의 전화 문의가 많다”며 “초등생들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이제부터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전북지역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한 사교육 업체 대표 A씨도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입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지역인재 전형을 노리고 자녀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보내려는 문의가 더 늘었다”고 전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선 상위권 학생들이 지역에 그대로 남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A씨는 “정부 발표 이후 외부로 나가지 않으려는 학생도 많아졌다”며 “상위권 학생들이 자사·특목고 진학보다는 전라도 지역 내에서 내신을 잘 확보할 수 있는 일반고에 진학하고 수능은 사교육을 통해 보완하자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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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에서는 의대 대규모 증원과 지역인재선발 비율이 확대되면서 의대 지역인재 선발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종로학원은 지난 7일 2000명 증원분과 지역인재전형 비중 60%를 고려할 경우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은 기존 1068명에서 2배가량인 2018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녀의 의대 진학을 바라는 학부모들은 이에 반색하고 있다. 예비 고1 자녀를 둔 서울 지역 학부모 권모 씨는 “아이를 초등학생부터 다시 키울 수 있다면 의대 진학에 유리한 전라도나 강원도 지역으로 보내 지역인재전형을 노려볼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는 “아이 교육을 위해 해외도 가는 판인데 지역이라고 못 갈 이유가 있나”라며 “입시는 전략 싸움이니 준비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역차별’이라는 반응도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고2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 최모 씨는 “서울·수도권에 사는 것이 죄는 아니지 않느냐. 어디 살든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며 “거주하는 곳에 따라 대입과 직업군 선택에 제한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