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연초부터 이동통신 회사들이 ‘진흙탕 싸움’만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른바 4배 빠른 LTE라고 불리는 ‘3밴드(band) LTE-A’를 두고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29일 세계최초로 상용화했다고 광고하자, 경쟁사들은 법원에 TV광고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 정규 리포트에 명시됐다는 점 △한국방송협회의 방송광고 심의를 통과했다는 점 △요금제와 지원금을 공시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반면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는 △GSA 리포트는 SK텔레콤 보도자료 인용에 불과하고 △삼성전자가 준 단말기에 ‘체험단’용으로 표시돼 있으며 △일반 대리점에선 구하지 못하니 상용화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파수 3개를 묶어 도로를 넓힌 ‘3밴드 LTE-A’에 대해 SK텔레콤이 가장 많이 준비해 온 것은 사실이다. 기지국 숫자를 보면 현재 SK텔레콤은 1만 2천 식 정도를 구축한 반면, 나머지는 수천 식 정도다. SK텔레콤은 1분기 내로 2만 6천 식 이상의 기지국을 구축해 전국 도심과 전국 지하철에서 서비스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경쟁사들도 “우리가 3밴드 LTE-A 망에서 현재 SK텔레콤을 앞섰다는 게 아니라 ‘세계최초 상용화’라는 표현이 과장됐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럼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체감효과 때문이다. 논란이 된 ‘3밴드 LTE-A’의 이전 버전인 광대역 LTE-A만 봐도 그렇다. 광대역 LTE-A의 최대 속도는 225Mbps(Mbps = 1초당 1백만 비트 전송)이나,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한 2014년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16.9Mbps(SK텔레콤), 113.2Mbps(KT와 LG유플러스)에 그쳤다. 접속자 수와 전파 환경 등의 이유로 이론과 실제는 다른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로선 ‘세계최초 상용화’가 진실이든 아니든 와 닿지 않고 경쟁사간 기싸움으로만 비친다.
그러나 이통사들이 ‘세계최초’에 목매는 일이 반드시 소비자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나쁜 일인 가하는 생각이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두고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이 기술개발이나 투자경쟁을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미래부는 3밴드 LTE-A 통화품질 평가를 발표할 텐데 부족한 상용화를 한 SK텔레콤이든 상용화를 문제 삼은 KT나 LG유플러스든 설비투자에 더 신경 쓸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런 경쟁은 스마트폰으로 케이팝(K-POP) 홀로그램 영상을 무리 없이 받아보는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