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떠오르게 하는 美 단기자금시장, 경계감 커졌다[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4.01.08 14:00:00

연말 美 1일 레포금리, 장중 5.6% 가까울 정도로 급등
QT 1년 8개월째 진행 중…연준 인사, QT 속도조절 의사
QT에도 지급준비금 늘었으나 역레포 잔액 급감
역레포 소진되면 ''단기유동성'' 불안 커질 전망
銀 BTFP잔액도 급증, 연준의 사전대응 강화인가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서 통화정책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뉴욕특파원)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에 취해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하며 안도할 때 미국 단기자금시장은 반대로 불안감에 떨었다. 만기 하루짜리(overnight)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장중 5.55%까지 치솟으며 연준의 정책금리 상단(5.5%)을 넘어섰다.

국채 등을 담보로 맡기고 다음 날 돈을 갚겠다고 해도 돈을 구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는 단기자금시장에 돈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연말 장부 마감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연초가 되자 1일 RP금리는 5.4%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럼에도 시장의 경계감은 계속되고 있다. 연준 인사는 양적긴축(QT) 속도조절을 언급했다.

미국 하루짜리(Overnight)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추이(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 2019년과 ‘QT·금리 인하 초입’이라는 공통점…RRP 유무는 달라

시장에선 연말 RP금리의 급등세를 보고 2019년 9월을 떠올리며 경계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2019년 9월에는 정책금리 상단이 2.25%였는데 1일 RP금리가 장중 8%까지 뛰었다.

당시와 지금은 QT가 진행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데다 금리 인상기 다음 동결기를 가진 후 금리를 인하하는 초입에 있다는 점도 같다. 연준은 작년 7월까지 금리를 올렸고 올 2분기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온다.

2019년의 경우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제로금리를 한 상태에서 2015년말부터 2018년 12월까지 금리를 2.25~2.5%까지 올렸고 그 뒤 동결 기간을 갖고 2019년 7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2017년 10월부터는 QT가 시작됐다. 그러나 RP금리 폭등 등 단기자금시장 압박에 연준은 시장 안정을 위해 QT를 중단하고 단기채를 매입하고 2019년 9월, 10월 금리를 인하하는 등 빠르게 정책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안정시켰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단기자금 시장 불안은 지급준비금 감소 가속화, 재무부 자금 수요 증가, 국채 순발행 증가 등으로 QT와 일시적 자금 수요가 합쳐진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은 2019년 9월과 다른 점이 있다. 연준이 2022년 6월부터 QT에 나섰고 9월부턴 월 950억달러(국채 600억달러, 모기지 증권 350억달러)를 매달 축소하고 있지만 지급준비금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급준비금은 연준이 QT를 하기 직전인 5월말 3조3200억달러에서 올 1월 3일 기준 3조4600억달러로 더 늘어났다. QT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 등의 만기 도래시 재투자를 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연준 내 자산(국채 등)이 줄어들면 부채 계정에서 지급준비금도 함께 줄어들게 돼 있다.

관건은 2019년 9월에는 RRP(역레포)에 자금이 없었지만 현재는 RRP가 있다는 것이다. RRP는 연준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지만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단기자금을 운영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MMF가 RRP에 돈을 맡기면 5.3%의 확정된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QT를 한 만큼 RRP 잔액은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연준이 국채를 시중에 내놓으면 MMF 등에서 이를 매입하면서 RRP를 팔기 때문이다. 이에 RRP잔액은 2022년 5월말 2조달러에 가까웠으나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3일 72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레포(RRP) 잔액 추이(단위:백만달러)
출처: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이제 시장의 관심은 RRP잔액이 소진된 이후 지급준비금이 얼마나 줄어들지로 모아지고 있다. 2019년 9월과 달리 RRP잔액이 단기자금시장의 버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보다는 안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재균 연구원은 “역레포 잔고 완전 소진 시기는 월평균 속도 감안시 2월 또는 5월로 추정된다”며 “미국 단기자금시장은 역레포가 완전 소진되는 시기 이후 집중 관찰해야 할 대상”이라고 짚었다.

◇ 적정 지급준비금 논란 속 RP로 돈 끌어 국채 투자한 헤지펀드

문제는 적정 지급준비금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적정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예금을 받은 만큼 일정 수준의 금액을 연준에 쌓아두는 ‘필요 지급준비금’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양적완화(QE)를 하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지급준비금이 크게 늘어났는데 그 적정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는 시장참가자들의 인식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현재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급준비금 비중은 대략 15% 수준인데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추정한 적정 지급준비금 비중 8% 내외보다 높다. 그러나 이 역시 2019년 9월 레포 금리 폭등이 지급준비금이 GDP의 7% 미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나오는 추정일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일(현지시간)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금융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있긴 하지만 개별은행이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며 “QT 속도를 늦추는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단기자금시장 위축은 2019년 9월 미국 통화정책 경로를 바꿨을 뿐 아니라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때도 그 여파가 대단했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연준은 금리 인하 뿐 아니라 주요국들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맺으며 전 세계에 달러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했다.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잔액 추이(단위:백만달러)
출처: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하루짜리 RP로 돈을 빌려 국채 현·선물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자금이 상당하다는 점도 단기자금시장 위축이 국채시장 전반으로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연준의 작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적격헤지펀드(QHF)의 장단기 국채 익스포저는 팬데믹 이전 2조4000억달러에서 2022년말 1조7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미 국채 익스포저 상위 50개 펀드가 전체 헤지펀드 익스포저의 83%를 차지하고 이들의 RP 차입 비중도 89%에 달한다. 액수로 따지면 약 1조2000억달러 규모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이 RP로 돈을 빌려 국채 현-선물에 투자하는 데 단기자금시장 위축으로 돈을 못 빌리게 되면 보유한 국채나 담보로 맡긴 국채가 매물로 나오게 되고 전반적으로 달러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 압박이 커질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만든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잔액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BTFP 잔액은 3일 1조4100억달러를 기록했다. 연준에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리는 긴급 유동성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시장분석실장은 “연준에서도 QT 관련 얘기가 나오는 등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에 대해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며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연방정부의 예산안 갈등 등이 남아 있어 이런 이슈들이 유동성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TFP잔액 증가와 관련해선 “연준이 QT를 하는 만큼 은행 자금이 부족하지 않게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BTFP 금리는 작년 9월 중순 5.59%에서 작년말 4.83% 수준으로 내려와 은행 입장에서 돈을 빌릴 때 BTFP를 통하는 게 더 유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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