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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외에도 코발트, 구리, 알루미늄 등의 광물도 생산하고 있다. 모두 배터리 생산에 쓰이는 소재들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2022년 초 이후 인도네시아에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했고, 대부분이 배터리 관련 투자였다.
한국 기업들은 또 배터리 관련 대미(對美) 투자도 확대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공급망과 미 공급망을 연계시키겠다는 목표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거나 건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FT는 “니켈 등 인도네시아산 광물은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에서 짓고 있는 수십억달러 규모 공장에 필요한 중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IRA 시행으로 문제가 생겼다.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고,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배터리 관련 주요 광물에 한정해 FTA 협정을 체결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
IRA는 또 2025년 초까지 미국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ies of concern)를 단계적으로 배제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외국 우려 단체에 대한 정의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등 배터리 관련 광물들의 생산·제련은 사실상 중국 기업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이들 부문과 관련된 인도네시아 내 공급망 대부분이 현지 기업과 중국 기업 간 합작투자를 통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대(對)인도네시아 투자에서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광산업체인 절강화유코발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온, 에코프로도 같은해 11월 중국 배터리 부품 제조업체 GEM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포스코는 올해 2월 중국 광산업체 닝보리친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 니켈 중간재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IRA에서 중국 기업의 공급망 개입·관여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것인지가 한국 기업들엔 중요하다고 FT는 전했다. 미 반도체 지원법에선 합작투자시 중국 기업의 지분율이 25% 이상이면 외국인 우려 단체로 분류된다. FT는 “한국의 인도네시아 투자에 중국 파트너가 관여한 경우 IRA 위반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는 한국의 공급망 구축 노력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경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전기차 생산의 주요 글로벌 허브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양보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 생산 허브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차 컨설팅업체 뉴일렉트로닉파트너스의 로스 그레고리 이사는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올인했고 이제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호주, 유럽 등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