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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검장 "수사·기소 분리 불가능…허구 프레임"(종합)

이소현 기자I 2022.04.22 14:50:40

재경 지검장 중 처음으로 기자간담회 자청
김태현 살인사건, "보완수사로 계획범행 밝혀"
경찰 기소 사건, 수사해 무고죄로 뒤집기도
검수완박 철회…형사소송법 문제점 보완 방향

[이데일리 이소현 김윤정 기자] 서울북부지검장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현직 재경 지검장이 검수완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이 22일 서울 도봉구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검사장)은 22일 서울북부지검 청사 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문명국가에서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 나라가 없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는 불가능한 일로 사실상 허구의 프레임”이라고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배 지검장은 “해당 법안으로 검찰의 수사 기능이 완전히 배제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벼랑 끝에 도달한 폭주 기관차를 더 늦지 않게 멈춰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보지 않고 진단을 내릴 수 없고 법관이 재판을 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는 것처럼,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기록 너머에 숨겨져 있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북부지검이 작년 4월 수사한 ‘김태현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제2, 제3의 김태현 살인사건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배 지검장은 “경찰에서 검찰에 송치된 후 우발 범행을 주장하는 피의자를 검사가 수십 시간에 걸쳐 보완수사해 계획적인 범행임을 밝혀내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며 “만약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겠나”라고 반문했다.

북부지검은 다른 범죄 사건에서 검찰의 추가 수사가 필요했던 사례와 관련, 최근 대검찰청이 형사부 우수 업무사례로 선정한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강간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해 계획된 무고였음을 밝혀낸 사건을 들었다. 이 사건은 검수완박에 반발해 지난 14일 사의를 표명한 이복현(50·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이 지휘했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경찰은 피해자 작성 각서 등을 근거로 피해자에 대한 강간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추가 수사를 통해 확보한 피의자들의 범행 공모합의금 분배허위진술 모의 정황 등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피해자를 강간으로 무고한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 무고 사범 4명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오수(오른쪽)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배 지검장은 검수완박이 이뤄질 시 △헌법위반의 문제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문제 △형벌집행 공백의 문제 △입법 시기와 절차의 문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특히 검찰과 경찰 간 견제와 균형을 강조했다. 배 지검장은 “경찰은 수사 이외에도 정보, 외사 등의 업무까지 담당하는 거대한 공권력의 주체”라며 “경찰의 수사에 대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사법통제는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라고 말했다.

이어 일선 부장검사도 “경찰의 수사력 비하하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요한 영역에 대해 피력했다. 박혁수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장은 “명예훼손이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경제 범죄는 어려운 분야로 그동안 직접 보완할 것은 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부분은 요구했다”며 “지난해 7월 이후 송치된 사건 중 보완수사를 요구한 게 3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배 지검장은 검수완박 법안 대신 현재 시행된 형사소송법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지 이제 1년 남짓 지나 수사와 재판 현장은 아직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검찰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문제보다는 개정 형사소송법의 성과와 문제점을 제대로 평가하고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북부지검은 준사법기관이자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기능이 검수완박을 통해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부지검이 제시한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이라는 설명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27개국(77%)이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나머지 8개국도 검찰제도가 발전하지 않은 것으로, 소추기관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측은 “글로벌 표준은 수사·기소의 통합”이라며 “OECD와 EU 국가 등에서 법률전문가이자 소추권자인 검사가 수사·소추를 통할하는 것이 표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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