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처럼 콘크리트 짜서 만든다…美주택난 해결사로 3D 프린터 등장

김보겸 기자I 2021.10.27 14:50:27

美텍사스 오스틴에 3D 주택 단지 조성 계획
55평짜리 1층 주택도 1주일만에 뚝딱
기존 12명 필요하던 현장인력 3명으로↓
곡면 벽 인쇄 가능…창의적 디자인 구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들어설 3D 주택단지 콘셉트 렌더링(사진=BIG-BJARKE INGELS GROU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이제는 집도 프린터로 뽑는다. 코로나19 이후 인력 부족, 건축 자재 부족으로 인한 주택 공급난 속 건설업체들이 3D 프린팅 주택을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건설현장에 필요한 인력과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여 미국의 만성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건설기술회사 아이콘과 레나코퍼레이션이 텍사스 오스틴시에 대규모 3D 프린팅 주택 지구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스틴은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세금을 피해 무더기로 이주하는 곳으로, 그간 일부 지역에 소규모로만 공급되던 3D 프린팅 주택이 대규모 단지 형태로 만들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집이 미국의 주택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모기지 금융회사인 프레디맥은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단독주택 공급 물량이 수요보다 380만채 부족하다고 추산했다. WSJ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면 저렴한 가격대의 주택 공급을 늘려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3D 프린팅 집의 최대 장점 빠른 건축 속도다. 일주일이면 55평짜리(약 185㎡) 집 한 채를 뚝딱 지을 수 있다. 튜브에서 치약처럼 콘크리트를 층층이 짜내는 방법으로 외벽과 내벽을 만들 수 있다. 3D 프린터로 이미 제작한 벽체 등을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는데, 기존 6~12명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현장에 3명의 작업자만 있으면 된다. 사람이 없어서 집을 못 만들었던 미 주택시장의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반적인 단독주택은 목재를 많이 사용하는데, 3D 프린팅 주택은 콘크리트를 기반으로 해 더 튼튼한 것으로 알려졌다. 3D 프린터로 곡면 벽을 인쇄할 수 있어 일반 주택보다 훨씬 창의적인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3D 프린터로 필요한 만큼의 벽재를 생산해 조립하는 구조라 일반 주택 건설현장보다 폐기물도 적게 발생하는 등 환경오염 문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3D 프린팅 주택이 더 저렴할지는 미지수다. WSJ는 “레나가 해당 단지의 주택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레나의 벤처캐피털 및 혁신부서인 렌엑스의 에릭 페더 사장은 3D 주택 가격이 “이 지역의 다른 레나 주택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오스틴부동산위원회에 따르면 9월 오스틴 도심의 주택 판매 중간가격은 45만달러(약 5억2659만원)로 집계됐다. 미 상무부가 집계한 9월 신규주택 중간가격 40만8800달러(약 4억7837만원)를 약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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