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보증금도 못 돌려주는 건설회사라니…

이진우 기자I 2012.06.14 16:44:09

부실 건설사 민간임대아파트 보증금 반환 놓고 갈등
"들어올 세입자 있어야 보증금 내줄 것"
법적 안전장치 없어..소송해야 할 판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용인에 사는 A씨는 지난 2010년 7월 중견 건설사인 S건설이 지은 민간임대아파트에 들어갔다. 42평형 아파트가 보증금 3억8600만원, 월 임대료 63만원이었다.

아이들 학교도 가깝고 주거환경이 괜찮아 계약을 했지만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커서 결국 올해 7월에 임대계약이 끝나는 대로 나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A씨는 며칠 전 집 주인인 S건설로부터 날벼락같은 소리를 들었다. 회사에 보증금 내줄 돈이 없어 새로운 계약자를 데려와야만 돈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것.

A씨는 "개인이 소유한 아파트에 전세를 살다가 보증금을 못돌려 받아서 고생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유명한 건설회사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황당해했다.

중견 건설회사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해당 건설사가 지은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민간임대아파트는 당초 10년 동안 전세로 거주한 후 분양을 받는 조건이었지만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요자가 부족해지자 2년 전세 임대 또는 2년 반전세 임대, 조기분양 등 다양한 형태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그런 가운데 계약기간이 끝난 후 나가겠다는 세입자들이 생기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용인흥덕지구에 있는 S건설사 아파트 관계자는 "759세대 가운데 20여세대가 반전세 임대인데 최근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알려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금까지는 간신히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서 보증금을 돌려줬지만 비슷한 조건으로 들어오겠다는 새 임차인이 없을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아파트가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많아 새 임차인이 있더라도 새 집을 제껴두고 낡은 집에 이사오겠다고 할 가능성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주변 아파트들보다 임대료가 비싸 임차 수요가 거의 없다는 것. 임차인보다는 차라리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S건설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게 맞지만 자금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6~7월 자금 고갈설이 돌면서 본사에서도 자금 통제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건설회사들이 지어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민간임대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약 14만 세대다. 대부분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건설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 보증보험 회사가 임대보증금을 내준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보증보험 금액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매에 들어가면 최우선 변제가 되기 때문에 모자라는 금액은 경매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의 경우라도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에는 해당 아파트를 경매에 붙여 팔린 금액에서 보증금을 가장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해당 건설회사가 부도 상황까지 몰리지 않았으면서 자금난을 이유로 보증금 지급을 미룰 경우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임대차보호법 규정으로 해결하는 것 이외에 별도의 완충장치는 없다"고 털어놨다.

유일한 해결책은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그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임차권 등기를 근거로 경매를 신청하는 것. 그러나 이 역시 경매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불편을 겪게 된다.

S건설사와 임대보증금 문제로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 입주자는 "임대 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회사 사정으로 임대보증금을 못돌려받고 계속 살게 된다면 월 임대료도 계속 내가 물어야 한다고 한다"면서 "유명 건설사가 지은 민간임대대파트가 이렇게 법적 장치가 허술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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