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이슈)환율 널뛰기 장세..`역외가 휘저어놓은 시장`

박상희 기자I 2009.03.03 17:47:02

3월들어 일중 변동폭 40~50원
역외가 올린 환율, 하락도 역외가 주도

[이데일리 박상희기자] 올들어 장중 변동성을 줄여나가던 달러-원 환율이 다시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많은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1300원대 박스권에서 하루 10원 내외에 움직임을 보였던 지난 1~2월과 비교해보면 최근 장중 변동성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다시 변동성 장세로 가고 있는 배경의 중심에 역외시장 참가자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장중 롤러코스터..작년 10월 `데자뷰`

올들어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중 환율 변동폭은 커봐야 40원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38.5원이 최대폭이고 대부분은 10원 안팎에 머물렀다. 그러던 환율이 이달들어 눈에 띄게 아래위로 보폭을 키웠다.

2일 일중 변동폭은 54원에 달해 연중 최대를 보였고, 3일에도 46원을 기록했다. 이러다가는 작년 10월 장중 235원씩 출렁였던 변동성 장세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변동성 확대의 으뜸 공신은 역외시장 참가자들이다. 지난 2월말경 역외시장 참가자들이 원화 약세가 지나쳤다고 판단, 달러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달러-원 환율이 조금씩 고점을 높였지만 역외 참가자들은 1500원대에서는 외환당국이 작년말과 같이 환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정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국 개입이 최소한에 그치며 달러-원 환율이 훌쩍 오르자 손절성 달러매수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씨티은행 국유화 논란 등 금융권 부실이 불거졌고 동유럽 디폴트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불안감은 고조됐다. 국내에서는 `3월 위기설`로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역외 참가자들의 달러 매수를 부추겼다. 한국이 안전하지 않다는 외신들의 악의적인 보도도 분위기를 술렁이게 하는데 한몫 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싱가포르쪽 역외시장 참가자들이 움직이며 환율 급등을 초래한 계기가 됐다"며 "이후에는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역내 달러수요 주체들이 몰리면서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졌다"고 설명했다.
 
(단위 : 원)

◇ 하락도 역외 주도..`차익실현 매도할때`

3일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외환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했지만 역외시장 참가자들의 매도 공세도 낙폭을 키우는데 큰 몫을 했다. 역외 참가자들이 달러매도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 덕에 그동안 거의 보이지 않았던 수출업체들의 달러매물도 덩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당국이 아침부터 계속 미세조정을 하는 가운데 1580~1590원대에서는 네고물량이 나왔고 역외에서도 달러 팔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이 환율하락 단초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역외에서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환율은 낙폭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상승과 하락을 모두 주도한 셈이다.

한편에선 일부 역외 헤지펀드들이 투기적인 거래에 나서면서 외환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헤지펀드 관계자들은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감한 신규 베팅은 무리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싱가포르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6월이 되면 헤지펀드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요즘 아주 큰 헤지펀드들이 아니고서는 다들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 환매에 맞추느라 신규 투자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투기적인 베팅을 할 여력조차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이 관건..`당분간 역외가 좌지우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기 전까지 역외시장 참가자들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인 만큼 글로벌 시장이 약간만 흔들려도 한국 금융시장은 크게 휘청이고, 역외 투기세력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환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역외시장 참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역할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의 경우 단기적으로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매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위쪽으로 치우친 상황"이라며 " 1500원선 밑까지 호락호락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3월 위기설`을 무사히 넘기고 해외 불안감이 잦아든다면 역외에 휘둘리는 장세도 어느정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역외도 심하게 한 방향 베팅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올초 환율이 박스권에서 움직였을 때만 해도 역외 투자자들은 방향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매수와 매도를 오가며 오히려 수급 균형에 일조하기도 했다.
 
앞선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한국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싱가포르에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한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시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다들 주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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