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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새 5엔 뛴 엔화…'엔 캐리' 손절 청산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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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04 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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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뉴욕서 한때 달러당 155.30엔
200일선 뚫리자 엔 매도 되사기 급증
BOJ 인상 가속론·GPIF 관측 겹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이틀 만에 달러당 5엔 넘게 뛰었다.

(사진=AFP)
(사진=AFP)
200일선 뚫리자 ‘엔 캐리’ 청산…개입 경계도 여전

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간밤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155.30엔까지 떨어졌다(엔화 가치 상승). 미일 협조 개입 직후인 지난달 3일 기록한 고점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 1일 밤 160엔대 초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틀 새 5엔 넘게 오른 셈이다.

분수령은 200일 이동평균선이었다. 유럽 대형은행 조사팀은 전날 아침 고객용 메모에서 아시아 시장에서 200일선(달러당 158.44엔)을 엔고 방향으로 뚫으면서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엔화 매도 포지션을 되사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많은 투자자가 중장기 추세를 판단하는 기준선이다.

앞서 지난 2일 뉴욕시장에서는 오전 9시대에 외환당국이 개입에 앞서 시장 참가자들에게 호가를 물어보는 ‘레이트 체크’에 나섰다는 관측이 돌면서, 짧은 시간에 1엔가량 뛴 158엔대까지 수준을 끌어올렸다가 이후 횡보했다. 그러다 거래 중심이 도쿄로 옮겨간 뒤 200일선을 뚫자 거의 일방적인 엔고가 이어졌다.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청산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싼 엔화를 팔아 금리가 높은 통화를 사들여 금리 차이만큼 수익을 챙기는 거래다. 엔고로 돌아서면 환차손이 이자 수익을 갉아먹는데, 빚을 내 투자 규모를 키운 경우가 많아 변동성이 커지면 서둘러 포지션을 정리하게 된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레버리지 펀드의 엔화 순매도 규모는 2020년 이후 평균의 2배를 웃돌았다.

당국의 추가 개입 경계감도 여전하다. 일본은 최근 한 달간 엔화 방어에 사상 최대 규모인 964억달러(약 130조 9112억원)를 쏟아부었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관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 엔화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환율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지난 4월 긴 연휴를 기다렸다가 2024년 이후 처음으로 개입에 나섰던 것처럼, BOJ 회의 직후 시작되는 사흘 연휴인 ‘실버위크’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압박·BOJ 인상 가속론·GPIF 관측 겹쳐

엔고를 자극하는 재료도 잇따랐다. 미국이 일본에 엔저 시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5월 도쿄에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식사하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 재정과 일본은행(BOJ)에 저금리 유지를 요구하는 태도를 두고 2시간에 걸쳐 불만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BOJ 내부에서도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다카타 하지메 BOJ 심의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반년에 한 번이라는 인상 간격이나 0.25%포인트라는 인상 폭에 얽매이지 않고 기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와프 시장은 오는 18일 BOJ 회의에서의 0.25%포인트 인상을 사실상 전부 반영했고,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80%가량 반영하고 있다.

일본 최대 연기금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자산 배분을 손질해 엔화 자산을 늘릴 것이란 관측도 다시 부상했다. GPIF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자료에서 같은 달 21일 경영위원회를 연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GPIF 출신인 시오무라 겐지 다이와종합연구소 펠로는 여름휴가철인 8월에 회의를 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며, 기본 포트폴리오 재검토를 논의했던 2019년 이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140엔까지 갈 수도”…미 고용지표가 다음 분수령

전통적으로 환율을 좌우해온 미일 금리 격차와 실제 환율의 간극이 지난 1년가량 벌어진 점도 경계심을 키운다. 투기적인 엔화 매도가 되감기면 엔고 폭도 그만큼 커지기 쉽다는 것이다.

키트 저크스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외환전략가는 “엔화 상승 국면에서 엔화를 팔아 금리 수익을 버는, 지금까지는 옳았던 엔 캐리 전략이 위험해지고 있다”며 수년에 걸쳐 달러당 140엔까지 엔화 가치가 오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미나미 히데아키 미즈호은행 외환 현물거래팀 부장은 “해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대폭적인 금리 인상 관측에 따른 엔화 매수가 나왔을 수 있다”면서도 “이날 움직임만으로 엔저 추세가 반전됐다고 결론짓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음 관건은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의 지난달 고용지표다. 부진한 결과가 나오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기에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어 엔화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지표가 강하면 다시 엔저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계 은행 딜러들은 올해 두 차례 시장 개입으로도 넘어서지 못했던 심리적 분기점인 달러당 155엔을 뚫고 엔화가 더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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