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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공무원 노조 가입 허용 Vs 사업장 점거 금지…ILO 비준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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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I 2019.07.30 12:00:00

고용부, 노조법 등 3개 정부입법안 입법예고
실업자·해고자·소방공무원도 노조 가입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 경영계 요구 일부 수용
특고 노동권 보장 제외…정부 "세부논의 더 필요"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고용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실업자나 해고자, 공무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안으로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경영계의 요구사항이었던 파업시 사업장 전부 또는 일부 점거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특고) 노조할 권리 등 노동권 보장이 빠져있고, 쟁의행위시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것은 ILO 기준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30일 고용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을 오는 31일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ILO 핵심협약 3개 비준추진…단결권 확대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협약(87·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8·105호) 등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고용부는 지난 22일 4개 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개 협약을 외교부에 비준을 의뢰했다. 외교부는 협약 비준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는 이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비준안 의뢰와 함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을 정부입법안으로 마련했다. 고용부는 내일부터 9월 9일까지 입법 예고하고, 노사 의견을 수렴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중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결사의 자유 협약을 위한 법개정을 중점 추진했다. 정부입법안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 개선위원회(노사관계 개선위) 공익위원이 낸 최종안을 기반으로 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한국 정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상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제13장)’에 따라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화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수출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EU와의 분쟁이 현재의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며 “최근 FTA에서 노동권 보장 문제가 강조되는 추세로 ILO 핵심협약 비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DB
◇실업자·해고자 노조가입 허용…소방관도 노조 가입


정부 입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을 허용한다. 노조 가입 자격은 정부가 아닌 노조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이미 2004년 실업자·해고자 조합원의 사업장내 노동조합 활동을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경영계는 정당하게 해고한 자·퇴직자·실업자·사회 활동가 등 기업과 무관한 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노사관계가 사업장 밖 정치적 이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노조법 개정안에 ‘실업자·해고자 조합원이 사업장 내 조합활동시 사업장 출입·시설사용에 관한 노사 합의절차나 사업장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경영계의 우려를 감안해 노조 임원 자격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기업별 노조 임원은 재직자로 한정했다. 외부인이 노조 간부를 맡으면 노사교섭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또 △퇴직공무원·교원 △소방공무원 △대학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 5급 이상 공무원의 가입도 허용하되 직무 특성에 따라 지휘·감독 총괄 업무를 주로 하는 종사자는 노조 가입을 제한하도록 했다.

현재 노조법에 있는 ‘노조 전임자 급여 금지 규정’은 삭제하기로 했다.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위배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를 통해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현행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고,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지급해 과도한 급여지급 문제를 예방하게 했다. 노조 전임자가 늘어나 기업에 임금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사실상 허가제라며 ILO가 개선을 요구한 노조 설립신고제도 개편은 이번 법 개정안에서 빠졌다.

박 실장은 “공익위원이 최종 제안에서도 현행 노조설립신고제 폐지가 아닌 제도를 결사의 자유 취지대로 운영 개선하라고 당부했다”며 “현행법에 따라 허가제가 아닌 설립신고제 취지대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에는 노조법 시행령에 노조아님 통보 조항(시행령 9조 2항)을 삭제하라는 내용이 있어 향후 입법 추진 경과를 보고 추진하려 한다”며 “시행령 먼저 개정하는 게 적절한지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앞에서 ‘ILO 긴급공동행동’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勞 “특고 노조권 보장 제외·사업장 점거금지…ILO 원칙 위배” 반발

경영계는 ILO 비준 시 노조 권한이 강화되는 점을 감안해 노사간 힘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명확화 등을 요구해왔다.

지난 4월 마련한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에는 경영계가 요구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파업 시 직장 점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정부 입법안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경영계의 요구사항이 일부 포함된 셈이다. 다만 쟁의기간 중 대체고용은 금지하도록 했다.

박 실장은 “파업을 하더라도 사업주의 출입, 조업, 점유권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마련하려 한 것”이라며 “쟁의시 사업장 내 생산·주요 업무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지 못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정부입법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이 ILO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우리의 노사관계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균형 잡힌 대안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파업을 무력화하는 개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특고의 결사의 자유 보장 등 노동권 보장도 제외돼 있어 비판이 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업장 점거 금지는 ILO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ILO는 직장 점거를 쟁의 행위의 정당한 수단 중 하나로 인정하고 회사 부지를 점거해 사용자를 압박하는 것도 파업할 권리로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장 내 파업을 금지하면 파업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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