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데일리 줌인]`키예프의 잔다르크` 티모셴코 부활할까

이정훈 기자I 2014.02.24 15:02:52

야누코비치 대통령 축출후 전격 석방..대선출마 표명
`철의 여인` 재기에 기대..부패 이미지 벗을지 관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깊어진 주름과 초췌한 얼굴, 휠체어에 의지한 몸이었지만 “이 나라의 암 덩어리같은 존재인 야누코비치를 제거한 여러분은 영웅”이라는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특유의 카리스마가 묻어났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은 “율리야”를 연호하는 10만 여명의 시위대 함성으로 가득했다.

율리야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전 총리가 독립광장에서 시위대를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오렌지 공주’, ‘철의 여인’, ‘잔다르크’ 등 수많은 수식어를 가진 우크라이나 야권의 상징적 지도자 율리야 티모셴코(54·사진) 전 총리의 정계 복귀는 이처럼 드라마틱했다.

사실 티모셴코의 일생도 롤러코스터와 같은 부침을 거듭했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연방에 속해 있던 지난 1960년 동부 드니프로페트롭스크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때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면서 홀어머니 밑에서 외동딸로 자랐다. 그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면서도 1972년 뮌헨올림픽 체조 3관왕인 러시아 올가 코르부트를 선망하며 체조선수의 꿈을 키웠다. 돈에 대한 소중함, 독립심, 강한 의지도 덩달아 이 시기에 자라났다.

19세가 되던 해 공산당 간부 아들 올렉산드르 티모셴코와 결혼한 그녀는 딸 예브헤니아를 낳은 뒤 대학에서 산업·노동경제학을 공부하며 육아와 학업을 병행했다. 그는 1984년 대학을 졸업한 뒤 레닌기계제작공장에 취직했다가 1988년 남편과 비디오테이프 대여사업을 시작했다. 옛 소련 개방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바람을 타고 영상물이 대대적인 인기를 끌면서 돈을 만졌고 우크라이나석유회사(KUB)를 설립해 총지배인으로서 경영수완도 익혔다.

그러나 1995년에는 우크라이나 통합에너지시스템(EESU)을 설립, 천연가스 수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EESU를 직원수 200만명인 대기업으로 키워낸 티모셴코는 ‘가스공주(Gas Princess)’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고 의회에 의해 축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그는 직권남용죄로 7년형을 선고받은 뒤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티모셴코는 이날 카르키프 교도소 병원에서 석방된 후 독립광장에서 시위대를 만나 5월에 실시될 조기 대선에 출마할 뜻을 표명했다.

그녀의 가세로 향후 야권의 세몰이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티모셴코는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민주혁명) 주역으로 자국내에서 ‘키예프의 잔다르크’로 불릴 만큼 국민적 지지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도 티모셴코 석방을 환영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티모셴코가 또 한 번의 오렌지 혁명을 이끌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부패한 엘리트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쉽사리 걷어내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군중들 속에서도 “당신은 군중의 반역자다”, “이 혁명은 우리가 이뤄낸 것이다”라는 비판적 외침이 산발적으로 쏟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그녀 보좌관 가운데 한 명은 “티모셴코 출마는 오히려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누가 이런 사실을 직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철의 여인’이 대선에서 부활해 위기의 우크라이나를 구할 수 있을 지에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