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삼성에버랜드가 사업구조를 본격 재편하면서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다수가 후계 구도를 위한 교통정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초에 시행되는 공정거래법을 의식한 개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세금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가 건물관리 사업을 에스원에 넘기고,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을 가져올 경우 삼성에버랜드의 내부거래 매출비중은 지난해 47.2%에서 2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에버랜드 매출은 3조37억원이고, 이 중 특수관계자 매출은 1조4172억원에 달했다.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은 47.2%에 이르렀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로 총수일가가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계열사간 내부거래 매출비중이 30%를 초과하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삼성에버랜드 지분 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5.1%를 보유 중이며 총수 일가의 총 보유지분율은 46.04%에 달한다. 삼성에버랜드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나 지분구조에 변화가 없으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거래로 판명될 경우 해당기업은 매출액의 5% 이내의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부문 매출액은 1조8424억원에 달했고, 건물관리 사업부는 매출액 3011억원을 기록했다. 패션부문은 사실상 내부거래가 없어 비율이 대폭 낮출 수 있다. 건물관리 부문의 경우 내부거래가 대부분이므로 이 역시 비중을 떨어 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박성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패션매출에는 내부거래 매출이 없다고 가정하고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 사업부는 전액 내부거래에 의존한다고 가정하면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24.6%까지 떨어지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과세 절감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급식 및 식자재(FC)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하는 것도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매각 수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업부의 물적분할로 설립될 예정인 삼성웰스토리㈜의 지분을 삼성그룹 총수일가 지분이 30% 미만인 계열사로 매각하면 공정거래법상의 내부거래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그룹만의 일은 아니다. SK그룹내 시스템통합(SI)회사인 SKC&C도 올해 중고차 사업을 하는 SK엔카를 합병했다. 내부거래가 많은 대기업 SI업체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여의도 증권가는 호텔신라가 삼성웰스토리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호텔신라는 총수일가 지분이 전혀 없으면서도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변화 본격화를 예상하는 시장 일각의 예상이 존재한다”면서도 “생각보다 더욱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에버랜드 관계자는 “현재까지 분할되는 삼성웰스토리를 매각할 계획이 없다”며 “이번 거래 이후에도 내부거래비중이 3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