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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부결로 사법공백 장기화…어떤 문제 있나요?[궁즉답]

김형환 기자I 2023.10.06 15:48:51

전원합의체 지연…하급심 선고도 밀릴 듯
후임 대법관 임명 지연…사법행정 '마비'
재판 독립성 흔드는 행위 막아줄 방패막X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 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Q. 6일 국회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부결되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있습니다. 대법원장의 공백은 우리나라 사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3부 요인’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입법·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각 부의 대표를 일컫는 것입니다. 행정부 수장은 국가 의전 서열 1위인 대통령, 입법부의 수장은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 사법부의 수장은 의전 서열 3위인 대법원장입니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부결되면서 사법부 수장 공백 상태는 최소 2달 이상 이어질 전망입니다. 앞서 1993년에 김덕주 전 대법원장의 사퇴로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를 맞긴 했지만, 당시에는 공백 사태가 14일만에 끝나 큰 혼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법부 수장 공백이 훨씬 길어 사법부 전반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그럼 대법원장의 공백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져올까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았던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말을 빌리면 대법원장은 국가 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부 구성에 관한 권한을 보유하고, 법원의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며,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재판관으로서 법률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을 합니다. 사법부에 대한 인사권·행정권뿐만 아니라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최고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전원합의체 지연…하급심도 줄줄이 밀릴듯

대법원장 공백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전원합의체 판결의 지연입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2명이 참석하고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재판으로 부에서 의견을 일치하지 못했거나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진행됩니다. 최근 김명수 체제에서 강제추행죄 판단 기준을 ‘저항이 곤란한 정도’에서 ‘유형력 행사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로 완화했네요 이러한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라 하급심의 판결도 바뀔 수 있습니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에서 찬반 의견이 동수로 갈릴 경우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맡습니다. 법적으로는 대법관 3분의 2 이상만 출석하면 전원합의체 재판을 열 수 있지만 정치·사회적인 여파가 큰 사건들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대법원장 없이 판결을 내리기엔 부담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이 지연되면 유사한 사건을 다루는 하급심 재판들도 줄줄이 연기될 수 있습니다. 전원합의체 이전의 판결 기준으로 하급심 선고를 할 경우 피고인이 받는 불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 사법부 최대 문제로 지적되는 재판지연 문제가 더욱 심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후임 대법관 지명부터 사법행정 혼란도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제청권 등 사법부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는 안철상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는데 대법관 인선이 추천위원회 구성 등 약 3개월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관 공백 사태까지 예상됩니다. 대법원장 직무대행인 안철상 대법관이 관련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지만, 전례가 없기 때문에 섣불리 제청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예측입니다.

조직·인사·예산·규칙 제정 등 권한행사도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직무대행이 대법원장의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업무들을 바로바로 처리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법관 회의를 거쳐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방패막을 펴줄 수장이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 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당했고, 정치권에서는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횡에서는 대법원장이 자제 메시지를 내는 등 법관 보호에 나서야 하지만 수장 공백 사태로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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