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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직접 체육계 인식 바꿔야"…한발 늦은 인권위 권고안

박기주 기자I 2020.07.15 11:47:59

15일 인권위 체육계 폭력 근절 권고안 발표
"대통령이 직접 중심이 돼 인식 대전환 이끌어야"
"관계기관, 구체적인 제도 개선 나서야"
인권위, 지난해 직권조사 후 개선방안 권고 미뤄와…'뒷북 권고' 지적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최근 고(故) 최숙현 선수의 비극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통령이 중심이 돼 스포츠계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인권위는 15일 “체육계 폭력·성폭력 문제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오랜 기간 계속된 국가 주도의 체육정책과 여기에서 비롯된 승리지상주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체육계 폭력·성폭력 피해는 계속될 것이 자명하다”며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우선 인권위는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중심이 돼 오랜 기간 견고하고 왜곡된 체육계 폭력적 환경과 구조의 변혁을 국가적 책무로 인식, 이에 대한 대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체육계로부터 온전히 독립적인 인권위를 전문적 조사기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또한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폭력·성폭력 문제를 막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학교와 직장 운동부의 지도자 관리 및 선수보호 의무를 법제화할 것을 권고했고,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에는 폭력·성폭력 사안의 징계기구 통합과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화 등 구체적인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폭력 등 징계전력을 재임용 평가기준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직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위한 개선방안을 권고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고 최숙현 선수가 폭력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고를 접하고, 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호와 관계기관·단체에 대한 감시를 진행하지 못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일부 체육행정의 주체들만의 개혁과 실천만으로는 이와 같은 불행을 막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보고,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스포츠 패러다임에 대한 대전환을 직접 국가적 책무로 이끌어 줄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2월부터 교육부 등과 함께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운영하며 스포츠계 선수 등 폭력 및 성폭력 피해에 대한 보호체계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344개 기관의 최근 5년간 폭력 및 성폭력 신고 처리 사례와 보호 시스템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한체육회 등이 비교적 엄격한 처리 기준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키지 않는 사례가 다수였고, 지방자치단체나 기타 공공기관은 그러한 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초·중·고교는 지도자의 가해에 적정한 기준조차 없었다.

이후 지난해 12월 전원위원회에서 관계 국가기관 등에 세부 개선방안을 권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해당 권고안이 발표되지 않았고, 결국 제때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최 선수의 비극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올해 2월부터 확산한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가기관과 국민의 방역과 생존 노력이 최우선시되는 상황을 겪으며 인권위는 전원위원회에서 결정한 권고 사항 중 일부 권고 내용이나 적용 법리가 명확하지 못한 사항을 보완해 가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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