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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김정은 구두 친서, 인편 또는 외교채널 전달 추정”

김미경 기자I 2020.05.08 14:26:55

“인민 무력성 담화, 노동신문 실린 건 이례적”
군사훈련 대남비난 의미 강조하기 위함인 듯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통일부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낸 것과 관련, 인편 또는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친서 의도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 친서를 통해 북중 간 경제협력을 다시 도모하자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여 대변인은 북한이 ‘구두친서’라는 형식을 택한 배경 등에 대해선 “구두친서는 서방 외교 방식으로는 익숙하지 않다”며 “정부가 익숙치 않은 형태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지도자의 지시를 구두로 적어서 인편 또는 외교 채널을 통해 그 뜻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21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환송했다. 또 이날 시진핑 내외를 태운 차가 숙소를 떠나 평양국제비행장에 이르는 도로에 평양시민들이 열렬히 환송했다며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뉴시스).
이어 “굳이 우리 쪽으로 유사한 형태를 찾자면 ‘지도자 말씀이 있었다’, ‘뜻이 있었다’라고 전달하는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친서(親書)는 문자 그대로 서류지만 북한은 과거에도 구두 친서라는 형식으로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16년 6월2일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중국의 방역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을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구두 친서가 전달된 시점과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통일부는 북한이 우리 군의 서해 합동훈련을 비난하는 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에까지 실은 것에 대해 “다소 이례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 대변인은 “노동신문에 담화가 실리는 것은 조금은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의미를 강조하고자 하는 뜻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의 의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대남 및 대미 담화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발표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이 주로 보는 노동신문에는 이를 거의 싣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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