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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방화문 없고 스프링클러 미작동…총체적 부실이 낳은 人災

송이라 기자I 2018.04.18 10:30:00

엘리베이터·EPS 등 층간 방화구획 없어 화염·농연 확산통로
1층 주계단·불법 증개축 층에 방화문 미설치
스크링클러·방화셔터 등 소방설비 미작동
소방굴절차 운용지연, 불법주차·담당자 숙련도 부족
소방당국, 현장인력 채용·무전거 교체 등 재발 방지책 추진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가 발생한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지난해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불법 증·개축한 건물구조에 방화문과 방화구획이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은데다 스크링클러 등 소방시설도 줄줄이 미작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분별한 불법주차 등 시민들의 안전불감증과 소방설비의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소방합동조사단은 1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11일 1차 조사결과 발표 후 유가족의 요청을 수용해 지난 1월15일부터 4월12일까지 약 4개월간 실시했다. 유가족이 추천한 전문가 2명과 유가족 2명이 직접 참관인으로 참여해 조사단 모두의 동의와 서명을 거쳐 최종 결과를 도출했다.

이번 조사단의 최종보고서는 인명피해 사유를 건축구조 측면과 소방설비 작동여부, 소방대응활동 측면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먼저 건축구조에서는 엘리베이터와 전선 등이 수직으로 관통하는 통로인 EPS 등에 층간 방화구획이 안돼있어 화염과 농연의 확산통로로 작용했다. 여기에 1층 주계단에는 방화문이 없어 필로티 주차장 화재의 열과 연기를 막아주지 못했고 비상계단 부분의 방화문에는 문닫힘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어 무용지물이었다.

또 1층 증측된 부분과 8~9층 불법 증·개축 부분에도 방화문이 설치되지 않은 점, 내부계단과 벽체가 목재로 시공된 점 등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소방시설도 대부분 제역할을 못했다. 화재확산을 지연시켜야 할 스크링클러와 방화셔터, 배연창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쟁점지 됐던 소방굴절차 운용지연은 현장의 무분별한 불법주차와 운용담당자의 숙련도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방헬기의 하강풍으로 인한 화재확산은 같은 실험을 실시한 결과 특정한 조건 하에서 약하게 건물내부로 공기가 유입돼 화재를 확신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충청북도에서는 다양한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부족한 현장인력 확충을 위해 현재 349명을 신규채용 중이며 오는 2022년까지 956명을 추가 보강할 계획이다. 출동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초기 출동체계부터 화재보다 우세한 소방력을 집중 투입하는 총력출동 시스템으로 개편했고 일사분란한 상황관리와 현장지휘체계 구축을 위해 서로 다른 장소에 위치한 소방본부와 상황실을 하나의 청사로 통합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후화된 아날로그 무전기 1072대를 올해 전면 교체하고 무선통신장비 유지관리체계를 소방본부로 일원화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현장지휘관 직위공모제와 현장지휘 실질능력 평가제를 실시해 지휘역량을 강화하고 소형 다목적사다리차를 개발해 올해 충북에 2대 배치완료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한 많은 대책들이 온전히 실천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들이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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