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인근 목욕탕을 찾았다 깜짝 놀랐다. 남탕은 여탕과 달리 수건 사용에 제한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러한 방침이 바뀐 탓이다. 목욕탕 주인에게 바뀐 이유를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비용 절감’이었다. 김씨는 “이 동네에서 단골 목욕탕이 코로나를 거치며 폐업하는 것도 지켜봤다. 코로나 이후엔 괜찮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며 “이러다 여탕처럼 동전을 넣고 드라이기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하는 걱정도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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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목욕탕은 내년 1월 한 달간을 할인 이벤트 기간으로 정했다. 지난 11월 버티다 못해 이용 요금을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목욕탕 업주 A씨는 “기존 가격으로 운영이 어려워 참다가 1000원을 올렸다”면서 “올렸더니 주 고객층이었던 어르신들이 이용 가격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오지 않아서 운영에 더 큰 악영향을 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4시간 찜질방을 운영해 오던 인근의 또 다른 목욕탕은 올해 초 운영시간을 오전 5시 30분에서 오후 8시까지로 제한하기도 했다. 각종 연료비가 오르는데 손님들이 더는 찾지 않아서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목욕탕들이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선 이유로는 각종 연료비 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꼽힌다. 평소 손님이 없어도 탕과 샤워실 등을 데워야 하기 때문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난방비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긴급 실태조사’를 보면 욕탕업의 90%가 난방비가 ‘매우 부담된다’, 10%가 ‘다소 부담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한 목욕탕 업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목욕 요금을 올린 지 1년 만에 또다시 올리는 것은 여태껏 없는 일이었다”며 “전기, 가스, 수도비가 너무 올라 버티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기간에 목욕탕 수요를 일부분 차지한 ‘1인 세신샵’의 등장도 운영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목욕탕보다 비용은 비싸지만 개인공간에서 아늑하게 세신을 받고 싶은 수요가 이곳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목욕문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변한 부분도 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목욕탕을 찾았던 이들도 전염병에 대한 우려 등 탓에 이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대중 목욕탕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목욕탕의 폐업 수는 224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의 목욕탕 폐업 수인 285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가 한참 창궐했던 2021년 폐업 수가 270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전염병은 종식됐지만 목욕탕의 위기는 종식되지 않은 셈이다.
한국 목욕업 중앙회 관계자는 “(남탕에서 수건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목욕탕 업주들이 수건 한 장에도 예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각종 연료비의 인상과 코로나 이후의 목욕을 바라보는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운영상의 어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