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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하터널에 바닷물 채워 하마스 소탕 검토"

방성훈 기자I 2023.12.05 14:35:14

바닷물 주입 펌프는 이미 준비 완료…"몇주면 다 채워"
숨어있는 하마스 지상 끌어내기 목적…美에도 통보
인질 피해·식수 오염 등 인도주의 재앙 심화 우려
美도 지지 vs 반대 충돌…이스라엘도 최종 결정 아직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숨어 있는 가자지구 지하터널에 바닷물을 채우는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인질들이 붙잡혀 있는 만큼 이스라엘은 아직까지 작전 수행 여부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위치한 알시파 병원 단지 내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지난달 중순께 가자시티 알샤티 난민캠프에서 북쪽으로 약 1마일(약 1.6㎞) 떨어진 곳에서 최소 5개의 대형 해수 펌프 조립을 완료했다. 가자지구 지하터널에 바닷물을 주입해 하마스 대원들을 지상으로 끌어내겠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복안이다. 이스라엘군은 현재까지 약 800개의 지하터널을 확인했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초 미국 측에 관련 계획을 통보했다.

이후 미국 정부 내부에선 군사적 가치, 실현 가능성, 환경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작전을 찬성하는 지지 의견과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지론자들은 터널을 물로 채우면 하마스 대원들이 인질들과 함께 지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지하터널도 완전하게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인질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데다 가자지구의 식수와 토양을 오염시켜 더 큰 인도주의적 참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게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인 만큼 반대론자들은 개인적으로만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미 정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 가자지구 주민들은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펌프를 통해 지중해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터널에 시간당 수천㎥의 물을 채울 수 있고, 물이 터널로 흘러들어 가면 몇 주 안에 터널을 완전히 잠기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가자지구 내 식수 공급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역시 바닷물 주입 계획에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실행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혹은 작전을 계획대로 수행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인질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당국자는 “하마스의 테러 능력을 해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작전을 수행 중”이라며 “여러 군사적, 기술적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만은 “터널의 투과성이 어떻게 되는지, 바닷물이 토양에 스며들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존 상하수 인프라와 지하수 저장고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하기 어렵다. 바닷물이 건물의 안정성에 미치게 될 영향을 말하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채워진 바닷물을 어떻게 배수할 것인지, 작전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불명확하다는 얘기다.

전직 미 국방부 차관이자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믹 멀로이는 이번 작전에 대해 “하마스 대원들을 지하 터널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겠지만 식수에 염분이 스며들면 인도주의적 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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