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가 법정에서 피해자 측에 이 같은 말을 하며 형사 합의를 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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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지적장애인 피해자를 유인해 공원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피해자 측은 정군을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사건 후 피해자는 수차례 자살을 시도해 한때 폐쇄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고, 가족 모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이에 결심공판에서도 가해자를 직접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피해자를 대신해 그의 언니 A씨가 법정을 찾았다.
판사는 되레 “피해자 가족도 힘들겠지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 그것도 알아야 한다”며 “피고인 나이가 어린데 합의해줄 수 없냐”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합의 의사가 없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판사는 “돈 받아서 동생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겠냐”며 “민사 소송을 하려고 합의를 안 하느냐. 소송 비용만 들고 보상 금액이 적은데 지금 합의해 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정군이 보호처분이나 형사처벌 받은 적은 없다는 점을 들어 “정말 질 나쁜 애는 아닐 것이다”라고 말하거나 급기야 피해자를 두고 “지적 장애인이니까 일반인처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A씨는 트라우마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는 “속으로 계속 ‘무슨 헛소리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생이 정신과 약을 하루에 열 알이 넘게 먹고 힘들어하는데, 애 살려보겠다고 (엄벌해 달라) 하는 건데. 말 몇 마디로 우리를 다시 죽음에 내몬 것”이라고 KBS에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진 선고공판에서 정군의 강간치상 혐의 사건을 소년부로 송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6년을 구형했으나 형사처벌 대신 소년 보호처분을 받도록 선처한 것이다.
결국 A씨는 지난해 7월 판사의 언행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했다며 대법원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재판 진행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인과 해당 판사, 참고인의 진술과 공판 조서를 종합하면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법원행정처장에게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해당 판사는 법관의 재판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재판 절차나 소송지휘에 필요한 발언이 아닌, 당사자를 모욕하거나 명예를 실추하는 발언·부당한 부담을 주는 발언은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법관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과 관련해 대법원 윤리감사1심의관실에 접수된 진정은 모두 17건이다. 그러나 17건 모두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나 징계 청구 없이 단순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