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경찰국' 속전속결 부활에…일선 경찰 ‘부글부글’

이소현 기자I 2022.07.15 16:42:08

경찰 내부망 ''폴넷''에 경찰국 반대 반발 잇따라
"행안부 장관이 실질적 경찰수장 격" 볼멘소리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내부 수습 분수령 맞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선 경찰의 반발 속에도 ‘경찰국’이 31년 만에 출범하게 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이 “경찰제도의 본질 훼손이 없게 하겠다”고며 내부 수습에 나섰지만,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여전히 반발기류가 상당하다.

경찰청 전경(사진=이데일리DB)
◇“노예계약”…경찰 내부 게시판 비판 릴레이 잇따라

15일 행정안전부가 행안부 내에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고 소속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경찰 내부망인 ‘폴넷’ 게시판에 올라온 경찰청 입장문에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수십개 댓글을 달았다가 스스로 삭제하는 방식의 ‘댓글 삭제 릴레이’로 항의 표현을 하고 있다.

특히 경찰의 주요정책사항에 대해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지휘규칙안을 놓고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글이 올라왔다. 한 경찰관은 “14만 경찰관들이 아우성을 쳐도 눈 하나 깜짝 안 한 결과물”이라며 “행안부 장관이 실질적 경찰수장 격”이라고 썼다.

이 밖에도 “경찰을 위한 개선 방안이면 일선 경찰 의견도 반영했어야”, “노예 계약”, “지휘부는 뭐하고 있었느냐” 등 항의가 잇따랐다.

김창룡 전 경찰청장이 “법치주의 훼손”,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직에서 물러났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날 경찰청은 한발 물러선 입장을 표명했다.

경찰청은 ‘경찰제도개선 이행방안에 대한 경찰청 입장’을 통해 “책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구성원을 경찰관으로 배치하고 업무범위도 장관의 법령상 권한 행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해 경찰행정의 독자성을 확보했다”며 “행안부 장관의 지휘규칙은 경찰 수사나 감찰 등에 대한 사항은 제외해 경찰의 중립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규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장 동료의 바람과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해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실행단계에서 국민과 경찰 동료들이 염려하는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저지를 위해 일선 경찰들은 ‘집단행동’을 이어갔지만, 이날 결국 행안부가 경찰국 출범을 내달 2일 자로 최종적으로 확정하면서 힘이 빠진 모습이다. 경찰청이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1991년 이후 31년 만에 경찰업무조직이 신설되면서 과거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선 경찰들은 경찰 지휘부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시 검찰은 지휘부 중심으로 사표를 쓰고 단체행동에 나선 것과 달리 경찰 지휘부는 조직의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조용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지휘부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에서 중재자 역할에 머물고, 퇴임 앞둔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의 간부들만 방패막이로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항명할 수 있는 조직은 검찰뿐”이라며 “단체로 사표를 쓰고 반발하는 것도 변호사 자격이 있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반면 경찰 지휘부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생업문제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삭발, 단식, 삼보일배, 기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찰국 신설에 반대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사진=이데일리 DB)
◇윤희근, 내주 직협과 간담회…내부 수습 분수령

단식과 삭발 투쟁에 이어 삼보일배와 기도회까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발표 전날까지 투쟁 수위를 높이던 직협의 움직임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직협 관계자는 “오늘 입장발표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주에 논의하고 다음주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협 측은 이날 행안부 발표 내용이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에 위배되는지 검토하면서 국가경찰위원회나 직협 측에서 가처분 신청 등이 가능한지를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취임 전 조직 내부 수습의 분수령을 맞게 됐다. 윤 후보자는 오는 21일 경찰청에서 직협 대표단 19명과 간담회를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초 직협 측에서 경찰국이 신설된다면 윤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해 항의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던 터라 이번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 경찰제도개선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교환할지 주목된다.

한편 정부의 경찰국 신설 계획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법조인 출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개월 전 취임과 동시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응하는 경찰 통제안 마련에 나섰다. 이 장관이 출범시킨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 4차례 회의 끝에 나온 권고안 주요 내용을 받아들여 지난달 27일 경찰국 신설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18일 만인 이날 행안부 내에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국 신설` 반발

- “명동설”·“정치개입”…여야, 경찰청장 청문회서 ‘이재명’ 두고 격론 - '밀고 의혹' 김순호 경찰국장 '승승장구'…수차례 '범인 검거' 표창 -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경찰 협조에 출고율 92% 회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