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 관계자는 “최근 국제 커피 생두·원두 가격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원재료 구매 비용 부담 증가로 매장 커피 판매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액 인상폭과 시기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믹스커피의 대명사 ‘맥심’과 인스턴트 원두커피 선구자 ‘카누’를 보유한 동서식품(동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맥심과 카누는 각각 약 85%와 92%(2021년 9월 닐슨코리아 조사 기준)의 독보적 시장점유율을 가진 커피 브랜드다. 특히 국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을 개척한 카누는 지난해 약 15억잔이 팔리며 론칭 10년 만에 누적 100억잔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만큼 동서는 커피 생두·원두의 수입과 관련 제품 생산 및 소비량이 많아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동서가 국내 최대 생두·원두 수입유통사인 점도 국내 커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동서는 매년 콜롬비아 원두 전체 국내 수입량 중 절반 수준인 약 1만2000t을 수입해 시장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 또 스타벅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편의점과 마트 등에 판매하는 스타벅스 RTD(ready-to-drink·즉석음용) 컵커피 제품 생산하고 있다. 최근까지 20년간 국내 최다 가맹점수(약 3500개)를 보유한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에 로스팅한 원두를 공급하기도 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격 인상 등)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생·원두 수급과 가격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 예년과 달리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특히 ‘아라비카’ 커피 생·원두의 국제 거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 달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은 1파운드(약 454g)당 2.5달러에 거래되며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대비 2배 급등한 수준이다. 아라비카는 전 세계 생·원두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대표 품종으로 꼽힌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 따른 국가 간 봉쇄 등 방역조치로 세계적 물류 대란이 겹치면서 커피 생산 비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세계 2대 커피 생·원두 생산국인 베트남이 엄격한 검역·방역 관리로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 주로 생산하는 ‘로부스타’ 품종의 원두 가격은 지난해에만 50% 이상 올랐다.
이렇듯 커피 생두 구매 비용과 이에 따른 원두 생산 비용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국내에서도 커피 원두 및 음료 판매 가격 인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커피 농장에서 이상 기후 피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치면 다시 커피 나무를 심고 회복하는 데까지 3년가량의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따르면서다.
최근 국내 커피 소비 문화 발달로 생두·원두 수입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커피 가격은 오르지 않고 동결해왔던 점도 부담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2020년 말 기준) 국내 연간 생두·원두 수입량은 17만6648t으로 전년 대비 약 5.4%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평균 3.7% 올랐지만 39개 외식 품목 가운데 물가가 오르지 않은 품목은 커피(0.0%)가 유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산지에서 생두와 원두 생산량이 급감한데다 물류 대란까지 더해 국제 거래 가격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생두의 ‘선 계약 후 수입’ 방식에 따른 충격 흡수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이미 일부 캡슐커피 및 컵커피 제품과 원두 판매 가격이 올랐고, 시장 지배력이 높은 업체들도 소비자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조만간 커피값 줄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