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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팬오션 후폭풍, 해운업계 '공멸' 공포감 확산

정태선 기자I 2013.06.17 17:13:13

"자금줄 막히고..경기회복은 지연"
대형선사 조차 회사채 발행 어려워..비싼 금리
펜오션 사태로 대외신인도 하락, 해외 화주 외면

한국수출입은행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STX팬오션의 후폭풍이 해운업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17일 해운업계 따르면 STX팬오션(028670)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가득이나 최악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해운업계에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채, 영구채,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STX팬오션 사태로 재무적 부담을 앉게 된 금융권이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

SK(003600)해운은 최근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다가 STX팬오션 사태 이후 해운업체의 영구채 발행에 금융권이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면서 회사채와 변동금리부사채(FRN) 발행으로 눈을 돌렸다. 영구채는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어 채권을 회계상 자본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해운회사들이 잔뜩 눈독을 들여왔다. SK해운(신용등급 A)은 영구채 대신 이번 달 5년 만기 500억원 규모 회사채와 사모형태 3년 만기 달러표시 변동금리부사채(FRN) 1억달러 어치 발행을 추진,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사용키로 했다.

SK그룹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덕에 SK해운 회사채는 그나마 산업은행이 전부 인수할 예정이지만, 대부분 해운업체는 정책금융기관이 보증을 서지 않으면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다.

현대상선(011200)은 신주인수권 부사채와 교환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117930)은 1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지만, 금리가 7%대로 높은 편이다. 5년 뒤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고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가산금리가 붙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흥아해운(003280)은 기존 발행주식에 19.8% 규모인 1400만주를 오는 8월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 2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키로 했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이대로가면 200억원 자금확보 계획에 차질이불가피하다.

양홍근 선주협회 이사는 “STX팬오션이 유동성 위기로 손을 들면서 국내 금융권과 개인투자자까지 투자를 꺼려 일부 선사를 제외하면 자금조달이 어렵거나 비싼 금리를 써야한다”며 “대외신인도까지 추락해 해외 화주들까지 국내선사에 발주를 꺼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채비율이 302.2%인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국내 1, 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697.2%, 657.6%인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 선사들이 경영위기에 내몰린 셈이다. 정책당국의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실상 해운업 기반이 무너지는 도미노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수출입은행 제공.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것이란 예상은 힘을 잃고 2015년쯤에나 풀릴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정책 연구소는 “벌크선의 경우 손익분기점인 BDI 2500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3년 이상이 필요하고, 컨테이너선은 극초대형선박의 인도가 마무리되는 2015년쯤이나 회복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컨테이너선은 물동량은 6.6% 늘어나지만 선복량은 7~8%까지 더 증가해 공급과잉 문제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진단이다.

특히 사상 최대규모인 1만8000TEU 컨테이너선의 출현은 해운업계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적재량은 늘고 연료소모량은 줄어 경쟁력이 강화된 수퍼급 대형 선박이 올 하반기부터 운항하면 투자시기를 놓친 해운사는 생존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또 수퍼급 선박이 미주, 구주 등 장거리 항로에 투입되면 이 지역을 운항하던 기존 1만 TEU급 이하 선박은 지중해 항로 등으로 이동하고, 이 보다 작은 선박은 연쇄적으로 지역 항로로 옮겨가는 캐스캐이딩(Cascading)효과가 빠르게 나타나 해운업 전반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이경재 창명해운 회장은 “국내 해운업계가 살아야 세계시장 선두인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버틸수 있다”면서 “해운업계가 일시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이 지원책과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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